민주당 전대 덮은 노무현 적통 공방
핵심 요약
민주당 8·17 전당대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둘러싼 후보 간 공방이 격화했다. 정청래 의원의 배신자 공세에 김민석 의원은 사과와 공식 화해를 내세웠고, 송영길 의원은 정 의원을 역공했다. 노사모 명칭과 상징물 사용 논란까지 번지면서 민생과 국정 비전 경쟁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새 지도부를 뽑는 8·17 전당대회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노사모의 정치적 유산을 둘러싼 충돌로 격화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에 이어 인천과 강원 순회 경선에서도 2002년 대선 당시 행적이 핵심 공격 소재로 등장했다. 정당의 미래 비전과 부동산·증시 등 민생 현안을 놓고 경쟁해야 할 집권여당 전당대회가 20여 년 전 논쟁에 매몰됐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8일 인천에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국면에 탈당했던 김민석 의원의 전력을 거론하며 의리 문제를 제기했다. 9일 강원 횡성에서는 전국의 노사모가 자신을 지키고 있다며 노선보다 의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17일 봉하마을 묘역을 참배하고 2002년 노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에게 준 상처를 다시 사과했다. 동시에 2008년 대의원들을 통해 공식적인 화해가 이뤄졌다는 노 전 대통령의 언급을 제시하며 해원을 부각했다.
송영길 의원은 정 의원이 자신을 노 전 대통령에, 김 의원을 이인제 전 의원에 빗대는 구도가 실제와 반대라고 맞받았다. 제주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할 때 쓴 정 의원의 표현을 끌어와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도 뒤늦게 후회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 2019년 노사모 해체 당시 대표였던 ‘달바라기’도 제2의 노사모 명칭과 상징물의 무단 사용을 문제 삼으며 정 의원 측을 비판했다. 최민희 의원은 정 의원이 진짜 노사모라고 반박했고, 일부 지지자는 ‘노사모 again 2002’ 문구가 적힌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연설회에 참석했다.
호남과 서울·경기 경선을 앞두고 정 의원의 적통 주장, 김 의원의 사과와 반박, 송 의원의 역공이 이어지면서 공방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낸 서갑원 전 의원은 노무현 정신을 민주당의 공공재로 규정하며 현실 정치의 편 가르기에 이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거대 양당 구조에서 강성 지지층에 호소해야 하는 정치인에게는 이런 논쟁이 중요할 수 있지만, 대다수에게 20년 넘은 노사모와 이인제 논란이 얼마나 의미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