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뒤덮은 짧은 영상의 함정
핵심 요약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짧은 영상과 팬덤 중심의 경쟁이 정책·비전 논의를 밀어내고 있다. 홍원식 교수는 이를 개혁의 힘이 권력 유지 논리로 바뀌는 ‘카리스마의 변질’로 해석했다. 개혁의 명분이 기득권으로 굳지 않으려면 자기 성찰과 책임 윤리의 회복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짧은 유튜브 영상이 당내 경쟁의 핵심 수단으로 떠올랐다.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공방은 거세지만 정책을 정교하게 설명하거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장면은 드물다. 경쟁자의 실수와 실언을 희화화하고 지지 진영의 통쾌한 발언을 부각하는 방식이 정치적 논쟁을 대신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영상 중심 정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원회에서도 반복돼 왔다. 복잡한 현안을 분석하고 책임 있는 해법을 찾는 과정은 축소되고, 상대를 악마화하거나 짧은 카타르시스를 주는 장면이 확산한다. 그 결과 숙의와 비판이 필요한 자리에 팬덤의 환호가 들어서고, 당내 이견은 의리와 배신의 구도에 갇힐 위험이 커졌다.
홍원식 동덕여대 ARETE 교양대학 교수는 이를 막스 베버가 설명한 ‘카리스마의 변질’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했다. 기존 질서를 깨는 개혁의 혁신적 힘이 권력 구조에 안착하는 과정에서 가치와 비전은 희미해지고 세력 유지의 논리만 남는다는 진단이다. 청교도의 금욕적 소명의식이 물질적 이익 추구로 변한 과정과 조선 전기 성리학이 집권 이후 경직된 명분으로 굳어진 역사도 같은 맥락으로 제시됐다.
짧은 영상과 결합한 개혁의 명분이 지지층의 감정을 자극하는 상품으로 소비되면 정치인은 현실 문제에 책임지는 일보다 팬덤을 유지하고 당권을 지키는 데 매달릴 수 있다. 개혁이 개인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울타리로 굳어지는 일을 막으려면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쇄신, 현실의 결과를 감당하는 책임 윤리가 필요하다. 이번 전당대회가 교조적 팬덤 정치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이 될지가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