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 대출 넘어 자산 형성·재기까지 잇는다
핵심 요약
미소금융이 취약계층 대출 공급에서 자활·재기와 자산 형성까지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편된다. KB금융은 긱워커의 이륜차 구입자금 상품을 준비하고, 신한금융은 성실 상환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재단별 특화상품을 확산하는 동시에 상담부터 완제 이후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검토한다.
금융위원회와 포용금융 태스크포스가 미소금융의 역할을 취약계층 대상 대출 공급에서 자활과 재기, 자산 형성 지원으로 넓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지주와 삼성 등 기업의 추가 출연으로 재원이 확충되자 공급량 확대보다 자금 활용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춘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와 청년, 성실 상환자 등 이용자별 수요를 반영한 재단 특화상품의 확산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KB금융은 배달 라이더를 비롯한 긱워커에게 이륜차 구입자금을 낮은 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을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 불규칙한 소득과 부족한 금융거래 이력 때문에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플랫폼 노동자의 특성을 반영한 구조다. 신한금융은 미소금융 대출을 성실히 갚은 이용자에게 축하금 성격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이를 적금 등 자산 형성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 산하 재단도 청년과 재기 지원 대상자 등을 겨냥한 자율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3월 제도를 개편해 각 재단이 보유 재원의 20~30%를 자율적으로 활용하며 특화사업을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2009년 출범한 미소금융은 개인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인 사람과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등 저신용·저소득층의 창업·운영자금 지원에 집중해 왔다. 기부금 재원의 우회 대출이나 출연금 세제 혜택 악용을 막기 위해 대상과 상품 구조를 엄격히 제한했지만,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청년과 플랫폼 노동자, 폐업 뒤 재기를 준비하는 계층의 수요를 충분히 담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재단별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시범사업 성과에 따라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새 대출상품만 늘려서는 이용자의 소득 회복과 사업 재건을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TF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대출 전 상담과 상환 관리뿐 아니라 채무 관리, 취업·창업 지원, 완제 이후 저축과 재도전까지 연결하려면 외부 전문기관과 연계한 전 주기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향후 특화상품의 성과와 함께 성실 상환 이후 금융생활을 관리할 구체적인 장치가 마련되는지가 제도 개편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