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서울에 겸재 금강산을 담다…AI와 함께 그린 도시산수도
핵심 요약
이이남 작가가 AI 제미나이를 활용해 2126년 서울에 겸재 정선의 금강산을 담은 미디어아트 'Seoul 2126: The Landscape Express'를 선보였다. 작품은 최첨단 도시와 고전 산수화가 공존하는 '도시산수도'를 구현했으며, AI의 예상치 못한 결과물이 새로운 영감을 줬다고 작가는 밝혔다. 이 작가는 앞으로 관객의 감정을 AI가 읽어 실시간으로 산수를 만드는 작업을 계획 중이다.

2126년 서울의 풍경을 그린 미디어아트 'Seoul 2126: The Landscape Express'가 14∼16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 전시됐다. 이이남 작가(57)가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를 활용해 제작한 9분짜리 영상 작품으로, 미래 도시에 조선 시대 화가 겸재 정선의 금강산 그림을 접목한 '도시산수도'를 구현했다.
작품 속 2126년 서울은 하늘을 나는 비행체와 마천루가 가득한 최첨단 도시이지만, 도로변에는 고전 산수화에서 볼 법한 소나무가 가로수처럼 서 있고 열차 철로는 단청 색으로 장식됐다. 특히 정선의 '금강내산'에 등장하는 봉우리와 계곡이 도시 곳곳에 펼쳐져 있으며, 금강산 계곡 사이로 최첨단 열차가 지나다니고 네온사인이 계곡물처럼 흘러내리는 장면이 포함됐다. 이 작가는 현실의 서울에선 볼 수 없는 금강산을 미래 서울에 넣은 이유에 대해 "도시가 발전하더라도 인간성을 잃지 않고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그동안 고전 회화를 디지털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왔으며, 2018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디지털 병풍 '평화의 길목'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작업에서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공동 창작자 역할을 했다. 작가가 원하는 위치에 산을 배치하려 해도 엉뚱한 곳에 나타나거나 없애려는 물체가 다음 장면에서 다시 등장하는 등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지만, 오히려 이러한 '의외성'이 작가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공했다. 이 작가는 "단청을 산수에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하다 AI에 입력했더니 단청 무늬를 입힌 길과 터널이 산 사이를 파고드는 장면을 만들어냈다"며 "내가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AI가 자연스럽게 구현한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작품 구상 단계에서도 AI를 적극 활용했다. 이 작가는 제미나이에게 정선의 작품과 생애를 바탕으로 답변을 요청한 뒤, 마치 정선과 대화하듯 작업 방향을 상의했다. 다만 "인간이 주체가 돼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버릴 건 버려야 한다"며 AI의 제안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선별적으로 수용했다. 앞으로 이 작가는 관객의 표정이나 감정을 AI가 실시간으로 읽어 각자에게 맞는 산수를 만들어주는 인터랙티브 작업을 구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