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 항공기’ 된 기자단…경호 정보 공개 논란
핵심 요약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에 대응해 표식 없는 공군기로 이동하는 동안 기자단은 이를 통보받지 못했다. 2000년 클린턴 행정부는 유사한 위장 작전을 앞두고 출입기자 대표에게 보안 사항을 설명했다. 기자단의 안전과 대통령 경호를 위한 정보 공개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이란의 신빙성 있는 위협에 대응해 튀르키예에서 에어포스원 표시가 된 항공기를 벗어나 표식 없는 소형 공군기로 이동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이런 경호작전을 통보받지 못한 채 기존 항공기에 남아 있었고,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실제 위치를 감추는 ‘미끼’ 역할을 하게 됐다.
기자단은 기내에서 창문 가리개를 내리라는 지시만 받았을 뿐 대통령이 다른 항공기로 옮겨 탔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 한 출입기자는 취재 과정의 위험은 감수할 수 있지만 대통령을 대신해 위험을 떠안는 것은 기자의 업무가 아니라는 취지로 반발했다. 언론인이자 역사가인 개럿 그래프도 백악관이 대통령의 행방을 두고 언론에 사실과 다른 정보를 준 것은 현대 대통령 역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2000년 3월 빌 클린턴 대통령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방문 때는 다른 방식이 적용됐다. 당시 대통령 전용기와 같은 외형의 위장기가 먼저 착륙해 클린턴과 닮은 비밀경호국 요원을 내렸고, 이어 표식 없는 항공기에서 실제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백악관은 작전 전 수전 페이지 당시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회장에게 대통령의 위치와 취재진 안전 대책을 비공개로 설명했다. 페이지는 보안을 지키기 위해 이 내용을 25년 넘게 공개하지 않았다.
두 작전은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항공기를 바꿔 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동행 기자들에게 위험과 대응 방식을 알렸는지에서 차이를 보였다. 전 CNN 국방부 특파원 바버라 스타는 언론이 경호상 보안조치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이번 일로 백악관과 언론 사이에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불신이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폭언과 법적 분쟁으로 양측 관계가 이미 악화한 가운데, 경호 정보 공개 범위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