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엔화 지원 개입, 대서양 통화 공조 흔들
핵심 요약
미국이 엔화 방어를 지원하며 유로화를 매도한 뒤 유럽중앙은행에 사후 통보했다. 유럽 내부에서는 수십 년간 이어진 중앙은행 간 사전협의 관행이 훼손됐다는 불만이 나왔다. 미 재무부는 환율안정기금의 준비자산 배분은 외국 당국과 조율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일본의 엔화 방어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유로화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면서 유럽중앙은행에 거래를 사전 통보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유럽중앙은행은 외환시장 개입이 끝난 뒤에야 이를 전달받았고, 내부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이어진 서방 중앙은행 간 사전협의 관행이 무너졌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관련 통화도 거래 다음 날인 지난 1일 토요일에 이뤄졌다. 미국 재무부를 대신한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유로화 매도를 집행했다. 유럽 정책당국 내부에서는 이번 결정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충격적이고 유감스러운 조치라는 반응과 함께, 금융 안정과 경제성장에 기여해 온 긴밀한 협력 관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통상 미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한다면 유로화가 아닌 달러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에는 달러 대신 유로화가 매각됐다. 달러를 팔 경우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달러 정책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선택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19년 만의 최고 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일본의 미 국채 매도를 막으려는 목적도 개입 배경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재무부는 이번 조치가 외국 정책당국과 조율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외환시장 개입에 쓰이는 환율안정기금의 준비자산 배분은 재무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하며, 이 과정에서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가 시장 유동성과 자산가치 평가, 기타 관련 요인을 함께 검토한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독자적 판단과 유럽 측의 사전협의 요구가 맞서면서 서방 통화당국 사이의 공조 방식이 쟁점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