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커지는 DEI 소송 위험…외국 기업도 긴장
핵심 요약
미국 EEOC가 여성 전용 숙박 연수를 운영한 일본 기업의 미국 자회사를 성차별 혐의로 제소했다. 회사는 남성 직원에게 임금이나 승진상 실질적 손해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DEI 정책에 대한 미국의 법적 검토가 강화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외국 기업의 인사 제도에도 점검 필요성이 커졌다.
미국에서 여성 직원만 참여한 숙박 연수가 성차별 소송으로 번지면서 기업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이른바 DEI 정책을 둘러싼 법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 미국 고용기회균등위원회(EEOC)는 지난 2월 일본 기린홀딩스의 자회사 코카콜라 베버리지스 노스이스트가 성별을 기준으로 직원에게 서로 다른 기회를 제공해 미국 민권법을 위반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직원 약 3천400명 규모로 미국 동부에서 코카콜라 제품을 생산·유통하는 이 회사는 2024년 9월 코네티컷주의 카지노 리조트에서 여성 직원 전용 숙박 연수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통상 업무를 면제받고 숙박과 식사를 제공받았으며 임원 강연과 직원 교류 행사에 참여했다. 한 남성 직원은 이런 편의와 교류 기회가 여성에게만 주어졌다며 진정을 냈고, EEOC는 성별에 따른 차별로 판단했다. 회사는 남성 직원에게 임금 감소나 승진 기회 상실 같은 실질적 피해가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이후 인종과 성별에 따른 차별을 줄이기 위해 소수자와 여성의 고용·승진을 장려하는 정책이 확산했다. 그러나 2023년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 인종을 고려하는 우대 정책에 제동을 건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 관련 대통령령을 폐지했다. 나이키도 경영진의 인종별 구성 목표 등을 이유로 백인에 대한 차별 가능성을 조사받는 등 기업의 DEI 정책 전반이 법적 검토 대상에 오르고 있다.
EEOC가 백인 남성 등이 제기하는 역차별 진정을 적극적으로 다루면서 여성 전용 교육과 인종별 채용 목표를 포함한 기존 인사 제도가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번 사건은 직접적인 임금·승진 손실이 없더라도 특정 성별에만 업무 면제와 교육·교류 기회를 제공한 조치가 차별 쟁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을 비롯한 외국 기업도 본국에서 운용하던 DEI 제도를 미국 사업장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현지법상 분쟁에 노출될 수 있어 제도 점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