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술핵 구상, 한반도 확장억제와 긴장 사이
핵심 요약
미국이 동맹 방어를 위해 단거리 전술핵무기의 역할을 확대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정책이 구체화되면 한국과 일본이 전술핵 배치 대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확장억제 강화 효과와 북한 비핵화 협상 위축, 동북아 핵 경쟁 위험이 동시에 제기된다.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에 대응하고 동맹국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단거리 전술핵무기의 역할을 확대하는 새 핵무기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사용 가능성이 낮은 장거리 전략핵무기에 더해 국지전에서 운용할 수 있는 저위력 핵전력을 확충함으로써 동맹이 신뢰할 수 있는 핵 대응 수단을 늘리는 구상이다.
전략 전환은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이 주도하고 있으며 현재 초안 단계다. 동맹국이 자국 방어를 위해 국방비를 확대하고 미군은 중국 억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콜비의 구상은 새 국방전략의 핵심 방향에도 반영됐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저위력 전술핵무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고 판단해 왔고, 북대서양조약기구는 독일과 이탈리아 등에 미국 전술핵무기 약 100기를 배치하는 핵 공유 체제를 운용하고 있다.
기존 미국 핵 교리는 지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해상의 전략핵잠수함, 공중의 전략폭격기로 구성된 3대 전략 무기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이 전력에 실리는 장거리 전략핵무기는 대도시를 단번에 파괴할 위력을 갖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핵무기의 유일한 목적을 핵 공격 억제로 규정했고, 핵전쟁이 모두의 절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의 균형을 핵전력 운용의 토대로 삼았다.
새 전술핵 구상이 정책으로 구체화되면 한국과 일본이 배치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핵무기를 보유·제조·반입하지 않는 비핵 3원칙을 유지해 왔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취임 전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조항의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고 6일 히로시마 평화 기념식 추도사에서도 원칙 계승을 약속하지 않았다. 한국은 확장억제가 강화될 수 있지만 1991년 철수한 전술핵이 재배치될 경우 북한 비핵화 협상 여지가 더 줄고, 중국의 반발과 동북아 핵 경쟁으로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 미국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한국과의 사전 협의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