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동 접종체계 개편…권고 질병 17개서 11개로
핵심 요약
미국 정부가 모든 아동에게 일률적으로 권고하는 예방접종 대상 질병을 17개에서 11개로 줄인다. MMR 복합백신 대신 개별 백신을 시차를 두고 접종하는 방식도 추진한다. 의료·과학계는 과학적 근거 부족과 접종률 저하, 감염병 재확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백악관에서 아동 예방접종 권고 체계를 개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모든 아동에게 일률적으로 접종을 권고하는 질병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기준 17개에서 11개로 줄어든다. 의료·과학계는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입증할 신뢰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접종률 하락과 감염병 확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률적 권고 대상에는 홍역·볼거리·풍진·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소아마비·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폐렴구균 질환·인유두종바이러스·수두가 남는다. B형 간염과 A형 간염은 특정 고위험군 중심으로 권고하고, 그 밖의 경우에는 의사와 보호자가 아동의 건강 상태를 살펴 접종 여부를 정한다.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등 일부 백신도 모든 아동 대상 권고에서 제외된다.
접종 방식도 MMR 복합백신 대신 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을 서로 다른 시기에 따로 맞히는 방향으로 바뀐다. 트럼프 대통령은 생후 1년 동안 같은 날 여러 백신을 접종하지 말고 다섯 차례로 나눠 방문 때마다 현재 접종량의 20%만 투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보다 접종량과 자폐증 발생이 늘었다는 점을 정책 배경으로 제시했으며, 자신의 자녀도 같은 방식으로 접종했다고 밝혔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접종 시기를 분산하면 아동이 예방 가능한 감염병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고, 권고 대상 축소는 전체 접종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미국에서는 홍역·볼거리·풍진의 개별 백신을 구할 수 없어 실제 접종 과정의 혼란도 예상된다. 학교 입학에 필요한 예방접종 의무화 권한은 각 주 정부에 있어 행정명령의 효력은 불확실하다. 명령에는 종교적·의학적 면제 권리를 침해하는 주를 상대로 법무장관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 1월 CDC의 권고 축소에는 미국소아과학회 등 6개 의료단체가 소송을 냈고, 연방법원은 3월 개정안의 효력을 잠정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