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동 백신 권고 11종으로 재편…주정부·의료계 반발
핵심 요약
미국 정부가 어린이 예방접종의 최고 권고 대상을 18개 질환에서 11종으로 줄였다. MMR 혼합 백신은 개별 접종 대상으로 바뀌었지만 승인된 단품 제제가 없어 즉시 시행하기 어렵다. 12개 보건단체와 28개 주 정부는 과학적 근거와 접종 공백 문제를 들어 기존 일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어린이 예방접종의 최고 권고 대상을 기존 18개 질환에서 11종으로 줄이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홍역·볼거리·풍진을 한 번에 예방하는 MMR 혼합 백신도 세 종류의 개별 백신으로 나눠 서로 다른 날 접종하도록 권고하면서 미국의 아동 예방접종 체계가 큰 변화를 맞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서명식에서 가장 심각하고 위험한 11종의 질병에 대한 접종만 최고 수준의 권고로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번 명령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제시해 온 18개 권고 질환을 축소하고 백신을 여러 차례에 걸쳐 맞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현재 미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단품 MMR 백신 제제가 없어 분리 접종을 즉시 시행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존 접종 권고가 과도하고 자폐증을 비롯한 부작용 위험을 높인다는 입장을 거듭 제시했다. 이에 미국소아과학회 등 12개 주요 보건단체와 28개 주 정부는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반대하고, 종전의 18종 예방접종 일정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접종을 위해 병원을 찾는 횟수가 늘면 보호자와 어린이의 부담이 커지고, 접종을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해 예방 가능한 감염병이 다시 유행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백신 제조업체 머크도 MMR 백신을 세 번으로 나눠 맞을 과학적 이점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접종 지연이나 누락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미국소아과학회 수석 변호사 리처드 휴즈는 향후 조치를 검토하고 있으며, 학회는 올해 초 케네디 장관의 아동 예방접종 일정 변경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