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에 뿌리내린 트럼프주의의 지속
핵심 요약
트럼프주의는 미국 사회에 축적된 인종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드러난 구조적 현상으로 진단됐다. 중간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 우선주의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 미·중 경쟁 속에서 독자적인 외교력과 협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 사회 변화의 원인이 아니라 국력 쇠퇴 속에 누적된 인종주의와 선민의식, 보호무역주의가 표면화한 결과로 진단했다. 공화당이 석 달여 뒤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더라도 보호무역과 반이민, 동맹국의 부담 확대를 앞세운 미국 우선주의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손 교수는 미국 건국 250주년을 계기로 오늘의 미국을 형성한 역사적 도시 100여 곳을 60여 일 동안 답사해 ‘바로 보는 미국사’를 펴냈다. 2년 6개월 동안 수만 쪽의 자료를 검토해 동선을 짠 뒤 렌터카로 3만㎞를 달리고 초저가 모텔을 이용했다. 원주민 학살과 흑인 노예 억압,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의 흔적을 살피며 트럼프주의의 역사적 뿌리를 확인했다.
현장에서 체감한 미국 사회는 1980년대 텍사스 유학 시절보다 초조하고 각박해져 있었다. 1960년대 반전운동의 상징이자 최근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의 중심이 된 컬럼비아대는 외부인의 출입을 전면 차단했다. 손 교수는 1990년대 제조기지의 대규모 해외 이전으로 철강과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고 백인 노동자층의 분노가 쌓였다고 분석했다. 뉴욕의 맘다니 열풍도 과도한 경쟁과 임차료 급등으로 커진 청년층의 박탈감과 연결했다.
손 교수는 달라진 미국을 상대하는 한국이 미·중 가운데 한쪽에 모든 것을 거는 전략을 피하고 안보·통상·첨단산업 분야의 외교력과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의 쇠퇴가 곧 중국의 패권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도 평가했다. 중국은 심한 빈부 격차와 폐쇄적인 정치·문화 통제, 부족한 자정 능력 때문에 미국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반면 미국은 일본계 미국인 강제수용 시설인 만자너를 사적지로 보존하고 배상안을 마련했으며, 자유와 억압이 공존한 역사를 바로잡을 시민사회의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