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불신 속 커지는 동맹 의존의 딜레마
핵심 요약
미국의 일방주의로 동맹국의 불신이 커지면서 소다자주의와 중견국 연합이 외교적 대안으로 부상했다. 이해관계와 역량이 다른 중견국 협력은 안보와 경제를 포괄하는 기존 동맹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국 정부 내부에서는 한·미 동맹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며 미국 중심 질서에서 실익과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미국의 관세 압박과 일방적인 군사 행동, 거래 중심의 동맹관을 둘러싼 반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 외교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미국을 향한 신뢰가 약해지면서 소다자 협력과 중견국 연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안보와 경제를 함께 포괄하는 기존 동맹을 대신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외교 현장과 정부 내부에서 힘을 얻고 있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은 10일 필리핀 스트랫베이스연구소 연설에서 미국을 더는 신뢰할 수 없어 협력도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미국을 배제하려는 중견국 동맹 구상을 피상적인 유행으로 규정하며 기대를 거둘 것을 주문했다. 반면 전통적 우방국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동맹에 더 가혹하고 자국 이익을 위해 기존 약속과 규칙까지 바꿀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으며, 이란 전쟁 과정에서는 여러 우방국이 전쟁을 공개 비판했다.
소다자주의를 향한 기대가 높아진 배경에는 이 같은 미국의 일방적 행보가 자리한다. 그러나 중견국들은 국익과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고 역량에도 차이가 있어 하나의 결속된 세력으로 움직이기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외교 현장에서는 소규모 연합이 특정 현안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는 있어도 동맹 자체를 대체할 수 없으며, 한국은 미국의 거친 태도에도 한·미 동맹을 통해 확보할 실익을 찾아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정부에서도 한국 외교의 중심을 한·미 동맹의 안정적인 발전에 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최근 직원들에게 지난 5월 공개된 ‘미들파워의 망상’ 논문을 읽도록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논문은 중견국 연합이 목소리와 특정 사안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지만 강대국의 힘을 대체하거나 영구적인 협상 지위를 보장하지는 못한다고 진단했다. 강대국 의존을 없애기보다 상호 의존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은 미국 중심 질서 안에서 한국의 입지를 넓히려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