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간 사이버 공격 작전 제도화
핵심 요약
미국이 초국적 범죄조직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에 민간 업체를 투입한다. 참여 업체는 연방정부의 감독과 최소 100만 달러의 보증 요건을 적용받는다. 대응 역량 확대가 기대되는 한편 의도하지 않은 충돌과 사태 확산 우려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해외에서 미국인을 겨냥하는 초국적 범죄조직을 상대로 민간 업체가 사이버 공격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담은 국가안보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고 이를 공개했다. 외국 세력에 대한 공격을 주로 정부 기관이 맡아온 기존 방식에서 민간 역량까지 작전 체계에 편입하는 중대한 정책 변화다.
작전에 참여하는 업체는 연방정부의 직접적인 통제와 감독을 받아야 하며, 최소 100만 달러, 약 14억2천만 원의 보증금이나 에스크로 계좌를 유지해야 한다. 정부·민간 협력 프로그램은 범부처 국토안보태스크포스의 국가조율센터 산하에 설치된다. 법무부와 국토안보부는 각각 책임자 1명을 지정해 업체의 활동과 작전 수행 과정을 감독할 예정이다.
이번 제도는 국가가 민간에 해상 교전권을 위임했던 사략면장의 사이버판으로도 해석된다. 13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여러 유럽 국가가 운용한 사략면장은 민간 선박이 적대국 선박이나 해적선을 공격·나포하도록 허가한 문서다. 사략선은 노획물을 전리품으로 인정받아 수익을 얻었고, 미국 헌법 제1조 제8항에도 의회의 사략면장과 보복 허가장 발급 권한이 명시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민간 업체의 사이버 공격 수행을 합법화하기 위한 준비를 수개월 동안 진행했다. 블록체인 정보 기업 TRM 랩스의 대관 업무 책임자 애리 레드보드는 이번 조치를 사이버 사략면장 발급에 빗댔다. 민간 전문가까지 활용하면 국가의 사이버 위협 대응 역량을 넓힐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공격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하거나 충돌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