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단거리 핵 구상에 한·일 안보 셈법 복잡
핵심 요약
미국 국방부가 단거리 전술핵의 역할을 확대하는 새 핵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전략이 확정되면 한국과 일본의 전술핵 전진 배치 및 기존 비핵 원칙 수정 문제가 부상할 수 있다. 확장억지 강화 가능성과 함께 동아시아 핵 경쟁 심화와 핵 사용 문턱 하락 위험이 제기된다.
미국 국방부가 중국·러시아와의 국지전에서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 단거리 전술핵의 역할을 확대하는 새 핵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전략이 실제 정책으로 확정되면 한국과 일본에 미국 전술핵을 전진 배치하는 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확장억지 공약을 구체화하는 효과와 함께 동아시아의 핵 경쟁을 촉발하고 핵 사용 문턱을 낮출 위험도 동시에 제기된다.
5일 현지시각 확인된 새 핵전략 초안은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이 주도해 작성 중이며, 장거리 전략미사일 의존도를 낮추고 단거리 전술 핵무기 운용에 무게를 두는 방향을 담고 있다. 미국은 국지전이 확대될 때 전략핵보다 전술핵을 먼저 선택할 수 있는 단계를 마련함으로써, 자국에도 치명적 피해가 돌아오는 전면 핵 대결의 가능성을 줄이려는 구상을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단거리 핵전력이 배치될 후보지로는 유럽보다 동아시아가 주목된다. 유럽에는 핵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가 있고 독일 등에도 미국 전술핵이 이미 배치돼 있다. 반면 동아시아에서는 미국이 1991년 말 한국에 있던 전술핵을 모두 철수한 이후 사실상 비핵 상태가 이어졌다. 북한의 핵 보유가 현실화하면서 한국에서는 전술핵 재배치 요구가 계속됐고 일본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재배치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한국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공식 폐기해야 하는 정치적 결단에 직면한다. 일본도 1967년 공표한 비핵 3원칙 가운데 핵무기의 반입을 금지한 조항을 손질해야 한다. 전진 배치는 북·중·러의 대응을 불러 역내 핵 경쟁을 격화할 수 있고, 전면전을 억제하려는 구상이 오히려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에는 미국 내 논의의 진행을 면밀히 살피고 가능한 시나리오별 대응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입장을 정립하는 과제가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