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제련소 명칭 사용, 최대주주 권한 논쟁으로
핵심 요약
고려아연이 프로젝트 크루서블 명칭과 표지를 무단 사용했다며 MBK·영풍 측을 경찰에 고발했다. 과거 관련 안건과 신주 발행에 반대했던 MBK·영풍 측은 미국 현지에서 같은 명칭으로 리셉션을 개최했다. 양측의 공방은 명칭 사용 문제를 넘어 최대주주의 활동 범위와 기업 거버넌스 논쟁으로 확산했다.
고려아연이 미국 통합제련소 건설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명칭과 표지를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로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을 경찰에 고발했다. 과거 사업의 목적과 효과를 강하게 비판했던 두 회사가 최근 미국 현지에서 같은 명칭을 내건 행사를 개최하면서 입장 변화와 최대주주의 활동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함께 불거졌다.
MBK·영풍 측은 지난 7월 미국 테네시주 정부 관계자와 지역사회 인사, 언론인 등을 초청해 리셉션을 열었다. 윤종하 MBK 부회장과 장세환 영풍문고홀딩스 대표가 참석했으며, 장 대표는 영풍 석포제련소 기술이 해당 사업에 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행사 과정에서는 ‘crucibleTN.com’ 도메인도 등록해 활용했다. 고려아연은 이들이 공식 사업 주체나 협력사인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를 제기했다.
MBK·영풍 측은 지난해 12월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추천 이사들을 통해 미국 제련소 건설과 투자 유치, 합작법인 출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연계된 6개 안건에 모두 반대표를 행사했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도 법원에 신청했으며, 사업 발표 당일에는 ‘아연 주권 포기’, ‘국익에 반하는 결정’, ‘경영권 방어용 백기사’ 등의 표현을 담아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다만 이들은 반대 대상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비롯한 거래 구조였을 뿐 프로젝트 자체는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영풍·MBK 측은 프로젝트 명칭이 등록상표가 아니며 최대주주로서 미국 정부와 지역사회에 사업을 설명한 행위는 정당한 주주 활동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상법상 주주에게는 의결권과 배당청구권 등이 인정되는 반면 회사의 업무집행과 대외 대표 권한은 원칙적으로 이사회와 대표이사에게 부여된다. 이에 따라 이번 사안은 명칭 사용의 적법성뿐 아니라 회사와의 협의나 공식 의사결정 없이 최대주주가 핵심 사업을 대외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기업 거버넌스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