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아동 예방접종 체계 개편…권고 질병 11개로
핵심 요약
미국이 모든 아동에게 권고하는 예방접종 대상을 11개 질병으로 축소했다. 일부 백신은 고위험군 또는 의사와 보호자의 공동 판단에 따라 접종하고 MMR 백신도 분리한다. 의료계의 감염병 재확산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행정명령의 법적 효력도 불확실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아동 예방접종 권고 대상을 기존 18개 질병에서 11개로 줄이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모든 아동에게 접종을 권고할 질병은 홍역·볼거리·풍진·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소아마비·Hib·폐렴구균 질환·HPV·수두로 정했다. 현재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권고 목록의 17개 질병과 비교하면 6개가 감소한다.
새 체계에서는 B형 간염과 A형 간염 백신을 특정 고위험군에 권고하고, 그 밖의 경우에는 의사와 보호자가 아동의 건강 상태를 살펴 접종 여부를 정하도록 했다. B형 간염과 코로나19, 인플루엔자 백신도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일률적 권고에서 제외된다. MMR 복합백신은 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을 분리해 서로 다른 시기에 맞도록 했지만, 이들 개별 백신은 현재 미국에서 구할 수 없는 상태다.
접종 시기와 방식도 분산된다. 생후 첫해에 같은 날 여러 백신을 맞히는 대신 다섯 차례에 걸쳐 접종하고, 방문 사이에 간격을 두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보다 늘어난 백신 접종량과 높은 자폐증 발생률을 함께 언급하며 접종 분산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뒷받침할 신뢰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과학계의 주된 판단이다.
의료계는 접종 간격이 길어지면 아동이 감염병에 노출되는 기간이 늘고, 권고 축소로 접종률이 낮아져 예방 가능한 감염병이 다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행정명령의 법적 효력도 불확실하다. 학교 입학 등에 필요한 접종을 의무화할 권한이 주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CDC의 권고 축소에는 6개 의료단체가 소송을 냈고, 연방법원은 3월 개정안의 효력을 잠정 중단했다. 이번 명령은 종교적·의학적 면제 권리를 침해하는 주 정부에 법무장관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