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조차 펴기 힘든 미화원 휴게실, 법과 현장 간극
핵심 요약
몸을 펴기 어려운 환경미화원 대기실 영상이 공개되면서 휴게시설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현행 제도는 면적과 천장 높이, 온습도 등 최소 설치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현장에 맞는 공간을 확보하려면 시설비 지원과 근로감독, 제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성인 한 명이 허리를 편 채 서기 어려울 정도로 천장이 낮은 환경미화원 대기실 영상이 공개돼 노동자 휴게시설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영상에는 ‘미화원 대기실’ 표지판 아래 몸을 깊이 숙여야 통과할 수 있는 좁은 입구와 의자, 냉장고가 놓인 내부가 담겼다. 지난 4일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창고를 억지로 개조한 듯하다거나 실제 휴식이 가능한 공간인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근로자를 위한 휴게시설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제도는 2022년 8월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시작됐고, 2023년 8월부터 상시근로자 20인 이상 사업장과 청소·환경미화원 등 취약 직종 근로자가 2명 이상인 1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시행규칙상 휴게시설은 바닥 면적 6㎡ 이상, 천장 높이 2.1m 이상이어야 하며 온도 18~28도, 습도 50~55%, 조도 100~200럭스를 유지할 설비와 의자·식수도 갖춰야 한다.
현장에서는 법정 최소 요건을 갖춘 작은 휴게실 한 곳만 마련하면 노동자 수나 이동 동선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미화원은 주로 야외에서 일하지만 휴게실이 작업 장소와 멀리 떨어져 있어 공영주차장에 세운 차량에서 쉬는 편이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지하철 청소노동자 휴게실에는 샤워실이나 세면대가 없으며, 공간 부족과 예산 문제로 시설 개선이 미뤄지는 사례도 남아 있다.
장마와 폭염, 한파 속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에게 휴게시설은 단순히 대기하는 장소가 아니라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건물 설계 단계에서 휴게공간이 고려되지 않거나 비용을 줄이는 과정에서 지하, 창문 없는 밀폐 공간, 좁은 간이시설이 배정되는 문제도 지적됐다. 제도의 취지를 현장에 구현하려면 지방자치단체의 시설비 지원과 정부의 근로감독을 함께 시행하고, 지원 이후에도 개선을 미루는 사업주에 대한 제재를 병행해야 한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