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혐오표현 규제, 삭제 권한 논란 확산
핵심 요약
개정 정보통신망법의 모호한 혐오표현 규제 조항이 발언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게시물의 규제 여부를 논의했으나 의결을 보류했다. 명확성·과잉금지 원칙 위반 가능성과 입법 책임을 따지고 헌법적 심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7월 7일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둘러싸고 시민의 발언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터넷 매체에서 증오나 혐오 감정을 드러내거나 특정인을 조롱한 표현을 삭제 대상으로 해석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국가기구가 발언 내용을 심의해 삭제를 명령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면서 규제 기준의 명확성과 권한의 범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6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교류 매체 게시물을 심의 대상에 올렸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의결을 보류했다. 해당 게시물이 전직 대통령 비하인지, 특정 지역 조롱인지, 역사적 사실 부정인지 판단하는 문제와 함께 개정 법률의 모호한 조항을 실제 심의에 어떻게 적용할지가 논의됐다. 섣부른 규제를 피했다는 평가와 향후 비슷한 사안에서 삭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쟁점은 개별 게시물의 불쾌감이나 부당성에만 머물지 않는다. 특정 표현이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한다는 판단만으로 삭제를 정당화하면 정부가 정의롭거나 저항적이지만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한 발언까지 규제할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직 대통령의 인격, 특정 지역 주민의 자긍심, 역사적 사실을 보호한다는 명분도 시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위험은 행정부 수장이 누구인지와 무관한 제도적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개정 조항은 법률의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을 함께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헌법재판을 통해 타당성을 따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된다. 입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의 책임과 함께 불편한 발언을 혐오로 규정해 통제하려는 사회적 태도 역시 검토 대상으로 꼽힌다. 1919년 올리버 웬들 홈스 미국 연방대법원 판사가 표현을 이유로 한 박해가 논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음을 경계했던 문제의식처럼, 국가가 억압의 논리를 제도화하지 않도록 발언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