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영웅이 된 스파이더맨, 사라진 피터의 삶
핵심 요약
톰 홀랜드의 10년을 채운 새 작품에서 피터의 잘못과 무관한 빌런이 등장한다. 스파이더맨은 뉴욕의 범죄율을 80% 낮췄지만 피터 파커의 삶은 고립됐다. 4년 만에 MJ와 네드를 다시 만난 피터는 끊어진 관계를 되돌리지 못한다.
톰 홀랜드가 스파이더맨으로 보낸 10년 끝에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기존 MCU 시리즈와 다른 길을 택했다. 이번 작품에는 피터 파커의 실수나 아이언맨과의 악연에서 비롯되지 않은 빌런이 등장한다. 뉴욕의 범죄율을 80%나 낮춘 스파이더맨은 시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친절한 이웃’으로 자리 잡지만, 가면 뒤 피터의 일상은 오히려 무너져 내린다.
피터는 메이 숙모와 MJ, 네드뿐 아니라 어벤져스 동료들에게도 잊힌 채 홀로 남았다. 그가 버틸 수 있게 하는 유일한 정체성은 스파이더맨이라는 이름이다. 밤낮없이 범죄와 맞서는 동안 대화를 나누는 상대는 뉴욕을 파괴하는 빌런과 사건을 수습하러 온 경찰뿐이다. 창문으로만 출입하는 집의 현관문에는 거미가 줄을 칠 만큼 사람의 흔적이 끊겼다.
앞선 작품들은 아이언맨과 연결된 갈등을 주요 축으로 삼았다. <홈 커밍>의 벌처는 아이언맨 때문에 사업이 위기에 놓였고, <파 프롬 홈>의 미스테리오는 그에게 모욕당한 뒤 복수를 택했다. <노 웨이 홈>에서는 피터의 실수로 멀티버스가 열리며 과거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인물들이 돌아왔다. 네 번째 작품에 이르러서야 피터의 잘못과 무관하게 발생한 위협이 서사의 중심에 놓였다.
영웅으로서 얻은 사랑이 커질수록 피터 파커의 존재는 희미해진다.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진 그는 3편 마지막에 MJ에게 끝내 건네지 못한 편지처럼 단절된 삶을 이어간다. 4년 만에 우연히 MJ와 네드를 다시 만나지만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고, MJ에게 새로운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만 확인한다. 시민을 구한 성과와 개인의 상실이 선명하게 대비되면서 이번 작품은 사랑받는 영웅의 이면에 남은 고립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