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전면 박멸보다 매개종 정밀 통제가 해법
핵심 요약
모기는 2024년 말라리아로만 61만 명의 사망자를 낳은 치명적인 질병 매개체다. 모기 전체를 없애면 질병 부담은 줄지만 지역 생태계의 먹이그물과 영양 순환이 재편될 수 있다. 전면 박멸보다 위험한 매개종 통제와 생활환경·보건체계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모기는 사람을 직접 공격해 목숨을 빼앗는 동물은 아니지만, 흡혈 과정에서 원충과 바이러스를 옮겨 막대한 인명 피해를 일으킨다. 2024년 세계 말라리아 환자는 2억8200만 명, 사망자는 61만 명에 달했고 아프리카 지역 사망자의 약 4분의 3은 다섯 살 미만 어린이였다. 연간 8만∼14만 명이 숨지는 뱀 교상이나 약 6만 명의 사망자를 내는 광견병보다 피해 규모가 크다.
모기가 사라지면 말라리아뿐 아니라 뎅기열, 황열,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치쿤구니야열, 웨스트나일열, 일본뇌염의 주요 전파 고리가 끊긴다. 병상과 의약품, 방역 예산을 다른 질병에 투입할 수 있고 사육동물과 야생동물의 감염 부담도 줄어든다. 열대 지역에서는 치료비와 간병으로 흔들리던 가계, 결석과 성장 지연을 겪던 어린이, 감염 위험 때문에 위축되던 관광과 투자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지구에 사는 3700종 이상의 모기 가운데 사람의 피를 빨고 질병을 효과적으로 전파하는 종은 일부다. 수컷은 흡혈하지 않으며 암컷도 평소에는 꽃꿀과 과즙을 에너지원으로 삼는다. 유충은 미생물과 유기물을 먹으면서 물고기와 잠자리 유충 등의 먹이가 되고, 성충은 거미와 새, 박쥐에게 잡아먹히거나 꽃가루를 옮긴다. 물속에서 자란 유충이 성충으로 날아오르는 과정은 수중 영양분을 육지로 전달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모기가 모두 사라져도 포식자가 곧바로 굶거나 생태계 전체가 붕괴한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지만, 북극 툰드라와 작은 웅덩이처럼 모기와 먹이그물이 긴밀한 지역에서는 큰 재편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목표는 전체 멸종이 아니라 얼룩날개모기류와 이집트숲모기 같은 매개종을 정밀하게 통제하는 데 맞춰야 한다. 고인 물 제거, 배수와 주거 환경 개선, 모기장과 예방 수단 보급, 진단·치료 확대를 병행해 질병과 보건 불평등을 함께 줄이는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