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서 맺은 3국 집단방위, 중동 안보판 흔든다
핵심 요약
사우디아라비아·파키스탄·튀르키예가 메카에서 집단방위협정을 체결했다. 기존 국방 협력을 제도화한 세 나라는 공동 억지력과 역내 영향력 확대를 추진한다. 이집트 등으로 협정이 확장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사우디는 이란 견제 목적을 부인했다.
사우디아라비아·파키스탄·튀르키예 정상은 지난 7일 현지시간 사우디 메카에서 공동방위협정에 서명했다. 한 나라가 무력 공격을 받으면 세 나라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공동 억지력과 국방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역내 분쟁이 번지는 상황에서 세 이슬람 국가가 나토의 집단방위 원칙과 유사한 새 안보 체계 구축에 나선 것이다.
이번 합의는 지난해 9월 사우디와 파키스탄이 체결한 상호방위협정에 튀르키예가 합류하면서 범위가 확대된 결과다. 파키스탄은 메카와 메디나 방어를 위해 사우디에 병력을 주둔시켜 왔고, 튀르키예는 사우디에 대규모 무인기를 판매하고 있다. 세 나라는 2022년부터 공식 방산 포럼도 운영했다. 튀르키예는 나토에서 미국 다음 규모의 군사력을 갖췄으며, 파키스탄은 이슬람 국가 가운데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이다.
사우디에는 미국 이외의 동맹망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은 홍해 봉쇄를 선언한 뒤 사우디 선박과 에너지 시설을 공격했고, 사우디는 지난 30일 14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해상 방위 연합 창설 계획을 내놨다. 이란과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과 튀르키예도 억지력을 높이는 동시에 중동·걸프·남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넓힐 기반을 얻었다. 다만 실제 군사 대응보다 사우디가 협상력과 역내 동맹 주도권을 확보하는 외교적 효과가 더 클 가능성도 제기된다.
협정의 외연은 더 넓어질 수 있다. 사우디·파키스탄 합의 이후 튀르키예뿐 아니라 이집트·카타르·쿠웨이트도 관심을 보였고,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장관은 8일 이집트를 포함해 참여를 원하는 국가가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이번 합의가 군사적 축이나 종파적 블록을 만들거나 이란을 겨냥한 것이 아니며, 핵 추구와 군비 경쟁에도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에브라힘 레자이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 대변인은 명목상 합의로는 사우디의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며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