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방위협정에 얽힌 3국의 서로 다른 계산
핵심 요약
사우디·파키스탄·튀르키예가 집단방위 조항을 담은 메카 공동 방위협정에 서명했다. 튀르키예는 방산 수출, 파키스탄은 경제 지원, 사우디는 안보 다변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통합 지휘체계는 없지만 군사적 모호성이 새로운 억지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 튀르키예가 지난 7일 메카에서 공동 방위협정에 서명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셰바즈 샤리프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체결한 협정은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3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석유 자본과 핵 억지력, 나토 2위 규모의 군사력이 결합했지만, 실제 이해관계는 방산과 경제 지원, 안보 다변화로 갈린다.
튀르키예는 방위산업 협력과 기술 이전을 발판으로 사우디 시장을 장기적으로 확보하려 한다. 2023년 사우디와 역대 최대 규모의 드론 수출 계약을 맺은 데 이어 공동 사업을 확대할 기반도 마련했다. 다만 피해 수준에 따라 군수 지원과 병력 투입을 판단한다는 입장이어서 자동 참전과는 거리를 뒀다. 파키스탄은 정보 공유와 정례 합동훈련을 통해 안보 기여를 경제 지원으로 연결하려 한다. 지난 5월부터 병력 8천여 명과 전투기, 방공 체계를 사우디에 배치했지만 핵 교리와 정규군의 중심은 여전히 인도를 향하고 있다.
사우디는 후티 반군의 재부상과 이란발 갈등 속에서 미국 중심의 방위망을 여러 국가로 분산하는 전략을 택했다. 미국과의 연결을 유지해 첨단 무기와 국제적 억지력을 확보하면서 파키스탄에서 병력과 훈련 지원을, 튀르키예에서 작전 경험과 방산 기술을 보완하는 구상이다. 핵무장이나 종파 블록을 지향하지 않고 자립적이며 지속 가능한 국방력을 구축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협정 이행을 감독할 상설 사무국은 사우디에 설치된다.
그러나 세 나라에는 명확한 공동의 적이 없고 나토와 같은 통합 방공망이나 합동 지휘체계도 마련되지 않았다. 군사 교리가 다른 병력이 하나의 연합군으로 작전할 구체적 지침도 공개되지 않아 후티의 공격이 곧바로 튀르키예와 파키스탄의 참전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대응 범위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군사적 모호성은 잠재적 적국의 계산을 복잡하게 만드는 억지 수단이 될 수 있다. 협정의 지속성은 상징적 선언을 넘어 방산·훈련·정보 협력이 실제로 이행되는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