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값 급등에 빅테크, 사양·조달처 재편
핵심 요약
메모리 가격 급등과 공급 제약으로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가속기의 HBM 사양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 PC 업체들은 저사양 메모리를 채택하고 애플은 중국산 범용 메모리 적용 시험에 나섰다. 국내 업체의 HBM 우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는 중국의 추격이 변수로 부상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글로벌 빅테크와 완성품 업체들이 제품별 메모리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엔비디아는 내년 하반기 출시할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 울트라’의 고대역폭메모리 사양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델과 HP는 PC·노트북의 메모리 사양을 조정했고, 애플은 중국산 범용 메모리를 일부 제품에 적용하기 위한 시험에 들어갔다.
엔비디아가 당초 검토한 구성은 12단 HBM4E였지만, 현재는 8단 HBM4E 또는 이전 세대인 HBM4까지 선택지에 올려놓고 있다. 두 대안은 12단 HBM4E보다 대역폭과 용량이 낮다. 엔비디아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12단 HBM4E 샘플을 받았지만, D램 수요 급증과 제한된 HBM 생산능력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자 사양 조정을 살피는 것으로 파악됐다. AMD도 모델별 비용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메모리 구성을 바꿀 가능성을 제시했다.
AI 서버용 HBM과 고성능 D램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업계에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저전력 D램 채택을 확대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수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 AI칩 업체가 저용량 HBM을 선택할 유인이 커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 업체의 가격 결정력은 내년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엔비디아의 조정 역시 공급 문제뿐 아니라 전력 효율과 비용, AI 추론 모델 적합도를 함께 고려해 컴퓨팅·네트워킹·메모리를 최적화하는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범용 메모리에서는 중국 업체의 추격이 변수로 떠올랐다. 애플은 중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과 맥북 등 일부 제품에 창신메모리(CXMT) 칩을 넣는 방안을 초기 단계에서 시험하며 공급 조건을 협의하고 있다. 중국산 메모리 사용은 미국 정치권의 대중국 견제 기조와 맞물린 민감한 사안이지만, 원가 부담을 낮추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과의 가격 협상력을 높이려는 선택지로 해석된다. HBM 분야의 국내 업체 우위가 당분간 이어지는 가운데 범용 D램과 낸드 시장에서는 중국의 공세가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