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유럽, 전력·산불·식량 위기 동시 확산
핵심 요약
다뉴브강 수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헝가리와 루마니아 원전 가동에 차질이 생겼다. 유럽과 미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확산해 인명과 건물, 산림 피해가 이어졌다. 가뭄과 물 부족이 밀·보리·과일 생산을 위협하며 식량 가격과 공급 불안을 키우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유럽의 전력 생산과 식량 공급, 산불 대응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 다뉴브강 수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헝가리 팍스 원전은 44년 만에 처음 가동을 멈추게 됐다. 헝가리 전력의 40%를 담당하는 시설로, 머저르 페테르 총리는 2일 현지시간 영상 메시지를 통해 향후 닷새를 중대한 고비로 제시했다.
팍스 원전은 강물이 줄어 냉각수 취수 노즐이 수면에 닿지 않는 상황에 놓였다. 루마니아도 체르나보다 원전 원자로 1기의 가동을 중단했고, 세르비아 수력발전소의 발전량은 설비용량의 20~30%까지 떨어졌다. 유럽 10개국을 지나는 다뉴브강 바닥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탄과 난파선, 빙하기 매머드 뼈가 드러났다. 불가리아 어민 로센 도브레프는 루마니아까지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물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메마른 토양과 목초는 화재 피해도 키웠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산불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리스와 튀르키예, 미국에서도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그리스 아테네 협곡에서는 진화 헬리콥터 2대가 충돌해 추락하면서 소방관들이 숨졌다. 포르토 게르메노에서 시작된 불은 최고 시속 130㎞의 강풍을 타고 아테네 인근까지 번졌다. 영국에서는 7월에만 역대 최다인 393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미국 워싱턴주 스포캔 카운티에서는 건물 600채 이상이 불타고 5000가구 주민이 대피했으며, 연기는 시카고와 뉴욕까지 뒤덮었다. 캐나다와 오리건에서도 숲과 목초지가 탔다.
농업 피해는 식량과 물 공급 불안으로 번지고 있다. 영국 농가는 겨울철 수해로 파종에 차질을 겪은 데 이어 극심한 물 부족에 직면했고, 전국농민연합은 밀과 보리 공급 부족을 우려했다. 톰 브래드쇼 회장은 다른 식량 공급국의 기후도 변하고 있다며 국내 생산의 우선순위를 강조했다. 네덜란드 과일농가협회 존 쿠스터스 회장은 유럽 전역의 가뭄으로 과일 크기와 수확량이 줄어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기상기여도연구소는 고온·건조한 토양·강풍이 결합하는 현상이 지구온난화로 프랑스에서 최소 2배, 스페인에서 최소 20배 더 잦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