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울산 들녘, 치술령에 모인 100명의 염원
핵심 요약
울산 두동면 주민 100여 명이 치술령에서 17년 만에 기우제를 열었다. 울산 강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10%에 그쳤고 부울경 저수율도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뭄이 심해진 경남과 경북 남부에서도 비를 기원하는 제의가 잇따랐다.
극심한 가뭄이 이어진 5일 오후 울산 울주군 두동면 치술령 고개에서 주민 100여 명이 비를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 두동면 주민들이 이곳에서 기우제를 연 것은 2009년 이후 17년 만이다. 풍물패가 꽹과리와 북을 울리며 물길이 열리기를 외치자 주민들은 제사상 앞에 모여 한마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두동면발전협의회 한재석 고문과 이봉근 회장, 황태섭 전 회장은 각각 초헌관·아헌관·종헌관을 맡아 예복을 갖춰 입고 술을 올린 뒤 절했다. 갈라진 논밭과 마른 도랑, 시든 벼를 언급하며 흡족한 비를 청하는 축문이 낭독되자 일부 주민은 흙바닥에 엎드려 절했다. 비를 맞아 싹을 틔우라는 뜻으로 다섯 가지 곡식을 뿌리고, 비구름을 상징하는 연기를 피우는 절차도 이어졌다.
두동면 만화리 미역골지는 저수지 바닥이 드러날 만큼 메말랐다. 비탈면에는 새 10여 마리가 얼마 남지 않은 물속 먹잇감을 노렸고, 논과 옥수수 등 밭작물도 바짝 말라갔다. 지난달 1일부터 5일까지 울산 강수량은 28㎜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5.1㎜의 약 10%에 머물렀다. 최근 한 달 부산·울산·경남 강수량도 21.1㎜로 평년 284.8㎜의 7% 수준이었다.
부산·울산·경남 저수지 656곳의 평균 저수율은 37.8%로 전년도 78.3%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가뭄이 이어지는 경남과 경북 남부에서도 비를 바라는 제의가 잇따랐다. 지난달 28일 창녕과 30일 양산에 이어 이달 1일 경주 감포, 3일 함안, 4일 포항 장기에서 주민들이 기우제를 열었다. 치술령에 모인 주민들도 답답한 농촌 현실을 호소하며 비가 내리기를 간절히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