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특구 노동시간 예외에 현장 반발 확산
핵심 요약
83개 단체가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예외를 담은 메가특구특별법 철회를 요구했다. 반도체 현장은 연구개발직과 생산직이 맞물려 노동시간 예외가 전체 공정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는 노동계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연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전국삼성전자노조, 정의당 등 83개 단체가 참여한 ‘반도체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은 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특구특별법의 철회를 요구했다. 공동행동은 대기업 지원을 위해 국가 자원과 제도를 동원하는 법안에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상한 적용을 제외하는 내용이 다시 담겼다고 비판했다.
전남광주 반도체 후공정 업체에서 29년째 근무한 이수옥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앰코지회장은 연구개발직과 생산직의 업무가 현장에서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고 지적했다. 생산 조직의 명칭만 기술개발팀으로 바꾸면 적용 대상이 넓어질 수 있고, 엔지니어의 노동시간이 늘면 같은 공간에서 협업하는 오퍼레이터의 근무도 함께 길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지회장은 365일 가동되는 반도체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3교대로 일하며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돼 있다고 호소했다. 20·30대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질환을 겪고, 정체를 알기 어려운 화학약품을 다루며 10년에서 20년간 일한 40·50대 가운데 최근 암에 걸린 직원이 급격히 늘었다고 밝혔다. 주 52시간 상한은 이런 작업환경에서 건강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제조부문노동조합 연대회의도 기존 인력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대신 신규 채용으로 노동을 나누고 지역과 청년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발이 이어지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8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공개로 만나 법안에 노동계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대 노총은 11일로 계획했던 공동 기자회견을 잠정 연기했지만, 지난 3일 요청한 이재명 대통령 면담의 성사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노동계와 지역 주민의 협의를 거쳐 주 52시간 예외 문제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며, 연내 법 제정을 목표로 국무총리실에 ‘메가프로젝트 범정부 지원 협의회’를 설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