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특구 규제 완화에 노동시간 유연화 요구…노동계 반발
핵심 요약
경총 조사에서 메가특구 성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노동 규제 면제가 꼽혔다. 정부는 메가특구법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등 노동시간 유연화를 검토 중이다.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 제도화를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국가첨단전략기술 분야 기업 468개사를 대상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메가특구 성공을 위한 최우선 정책으로 '노동·안전·환경 등 핵심 규제 면제'를 꼽은 응답이 42.9%로 가장 높았다. 노동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이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 탄력·선택근로제 기간 확대 등 연구개발 인력의 근로시간 유연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부가 연내 제정을 목표로 추진 중인 메가특구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경영계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글로벌 첨단 산업 유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획기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한 분야의 예외 허용이 다른 분야로 확산해 노동권 전반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고소득·연구인력에 대한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경영계의 숙원으로, 지난 1월 통과된 반도체특별법 제정 과정에서도 핵심 쟁점이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근로기준법 무력화와 노동자 건강권 침해를 우려해 반대하면서 해당 조항은 빠졌다.
반도체법 통과 반년 만에 노동시간 규제 완화가 다시 쟁점으로 부상하자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 체제를 제도화하려는 노동 개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번 시도가 평등 원칙을 훼손하고 이재명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특별연장근로 제도만으로 기업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별연장근로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를 받아 주 최대 64시간까지 근무를 허용하는 제도로, SK하이닉스는 2023년부터 2024년 10월까지 한 차례도 신청하지 않았다. 지난해 3개월간 380명이 이 제도를 활용했지만, 주 60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는 4명(1.1%)에 그쳤다.
정부가 검토 중인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 확대도 논란이다. 정산 기간이 현행 1개월(연구개발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면 특정 기간에 노동시간을 집중 배치할 수 있어 산술적으로 연속 16주간 주 80시간 노동이 가능해진다. 이는 고용노동부 과로사 인정 기준인 '12주간 평균 주 60시간'을 넘는 수치다. 기간제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방안은 정규직 전환 없이 계약 종료 시 공정수당 지급 등 보완책이 검토되지만, 청년층과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말 기준 기간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율은 8.6%에 불과하며,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는 5.8%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