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여름에 포개진 몰두와 소진의 시간
핵심 요약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가 여름 작업실의 매미 울음에서 몰두와 소진의 의미를 되짚었다. 땅속의 긴 기다림과 한 달 남짓한 울음은 그의 일과 지난 사랑의 기억에 겹쳐졌다. 매미의 노래와 조각 작업은 소멸을 알면서도 한철의 삶을 남김없이 드러내는 행위로 연결됐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는 한여름 작업실을 가득 채운 매미 울음에서 자신이 일과 사랑에 몰두해온 시간을 떠올렸다. 작업대를 정리하고 몇 차례 빗자루질을 하는 동안 목덜미로 땀이 흘렀고, 적막을 깨뜨린 울음은 주파수가 어긋난 라디오처럼 요란하게 이어졌다. 소파에 기대 선풍기 바람을 맞던 그는 한번 시작하면 완전히 소진될 때까지 멈추지 않는 존재의 속성을 매미에게서 발견했다.
매미는 빛이 들지 않는 땅속에서 기다린 뒤 한 철 동안 뜨거운 볕 아래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온몸을 떨며 이어가는 울음은 한 달 남짓 지나면 잦아들고, 나뭇가지를 놓친 작은 몸은 땅에 떨어져 바스러질 시간을 맞는다. 긴 기다림 끝에 얻은 짧은 자유와 그 뒤에 찾아오는 소멸은 여름 내내 쉼 없이 울어대는 모습과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함 대표는 이러한 매미의 생애를 자신의 일터와 지나간 사랑에 겹쳐 바라봤다.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열렬히 갈망하며 마음을 모두 열었던 시절에는 그 울음이 소음인지 노래인지 판단할 겨를조차 없었다. 불가항력적인 이끌림을 따라 자신을 남김없이 태우는 일이 유일한 목적처럼 느껴졌고, 그 끝에는 재처럼 바스러진 기억과 거듭 닳아 매끈해진 마음, 죽은 나무가 쌓인 작업실이 남았다.
그럼에도 함 대표는 스스로 제어하기 어려운 몰두가 지닌 맹렬함을 부정하지 않는다. 소멸을 앞두고도 사력을 다해 허공으로 울음을 뻗는 매미와 조각도의 날끝으로 한 철의 삶을 새기는 자신의 모습이 다르지 않다고 봤다. 여름의 절정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는 결국 살아 있음을 남김없이 드러내는 생의 노래이며, 그의 작업 역시 소진을 감수하면서 한 시절을 온전히 통과하는 행위로 포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