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유도 세제, 거래 규제·임대 축소와 충돌
핵심 요약
내년도 세제 개편안은 2029년까지 비거주·초고가 주택의 세 부담을 높여 매물 처분을 유도한다. 토지거래허가제와 대출 규제로 실제 거래가 제한되고 기존 임대 지원 제도의 혜택도 축소된다. 임대인의 실거주 전환이 늘면 전·월세 공급 감소와 임대차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3일 공개된 내년도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비거주 1주택자와 초고가 1주택자의 보유세·양도세 부담을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고, 다주택자에게는 향후 2년간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재정경제부는 공정과세를 내세웠지만, 세 부담이 커지기 전에 주택을 처분하도록 유도하는 구조여서 기존 부동산 규제 및 임대차 정책과의 충돌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 전역과 경기 15곳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 적용되는 토지거래허가제는 매수자가 거래 허가 후 4개월 안에 입주하도록 요구한다. 전세 만기가 가까운 경우가 아니면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을 거래하기 어려운 셈이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도 2억~6억원으로 제한되고 은행권 총량 규제까지 적용돼 매물이 나오더라도 현금 동원력이 부족한 수요자는 매수하기 어렵다. 매도자는 적정 가격을 받기 힘들고 매수 기회는 자산가에게 쏠릴 수 있다.
과거 임대차 안정을 위해 도입한 제도의 혜택도 축소된다. 2021년 말 시작된 상생임대인 제도는 임대료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한 계약을 2년 유지하면 거주 의무 2년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했지만, 개편안은 계약 종료 후 1년 안에 주택을 팔아야 혜택을 주도록 요건을 바꿨다. 계약갱신권 행사 등으로 기한 내 처분이 어려운 임대인은 혜택을 받기 힘들다. 2017년 등록을 장려했던 아파트 임대사업자도 의무 임대 기간 종료 후 1년이 지나면 양도세 감면 폭이 절반 수준으로 줄고, 2년 뒤에는 사라진다.
임차인에게 미칠 영향도 핵심 변수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공제액은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아지고,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는 보유 기간 공제가 거주 기간 공제로 대체된다. 임대인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거주하는 선택을 늘리면 전·월세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 매물 확대를 겨냥한 세제와 거래를 제약하는 토지거래허가제·대출 규제가 동시에 유지되는 가운데, 임대 혜택 축소까지 겹치면서 매매와 임대차 시장의 불안 가능성이 개편안의 주요 한계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