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을 벗어난 오디세우스, 귀향으로 완성된 영웅
핵심 요약
영화 <오디세이>는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전쟁의 죄책감과 책임을 마주하는 여정으로 그린다. 칼립소의 섬은 망각과 휴식을, 고향 이타카는 속죄와 삶의 직시를 상징한다. 왕위를 아들에게 넘긴 오디세우스는 동료들의 넋을 달래는 길에 오르며 귀향의 의미를 완성한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에도 20년 동안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지 못한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그린다. 주인공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 <마션>, <인터스텔라>에서 거듭 귀환과 고립을 경험한 인물을 연기해 ‘귀향 전문 배우’로 불리는 맷 데이먼이 맡았다. 작품은 신과 괴물이 가로막는 모험을 넘어, 전쟁에서 살아남은 지휘관이 죄책감과 책임을 마주하는 과정을 중심에 둔다.
귀향길에 오른 일행은 인간을 돼지로 바꾸는 키르케와 외눈박이 괴물 폴리페무스 등을 만나 차례로 목숨을 잃고, 오디세우스만 여신 칼립소가 사는 섬에 표류한다. 먹을 것과 휴식이 넘치고 노화·질병·죽음도 없는 섬에서 그는 기억과 귀향 의지를 놓은 듯한 모습으로 지낸다. 원작의 칼립소가 그를 적극적으로 붙잡았다면, 영화는 오디세우스 자신도 달콤한 망각 속에 남기를 망설이는 듯한 결을 더한다.
그의 발길을 붙드는 가장 큰 힘은 전쟁의 죄의식이다. 망자가 된 아가멤논은 귀향의 위험을 경고하고, 오디세우스는 자신을 따라 전쟁에 나섰다가 모두 숨진 병사들의 유족을 대할 책임도 안고 있다. 환영처럼 나타나는 아테나 여신은 희랍군에게 살해된 트로이 사제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아테나는 그의 영광인 동시에 지워지지 않는 죄의식으로 제시된다.
오디세우스가 설계한 트로이 목마 작전은 가난한 소년병 시논을 속여 희생시키고, 손님을 환대하는 ‘제우스의 법’을 역이용해 민간인까지 죽음으로 몰았다. 명목상 승전은 실상 학살이었고, 이타카로의 귀환은 그 진실과 책임을 직시하는 선택이 된다. 고향에 돌아온 그는 아들 텔레마코스에게 왕위를 넘긴 뒤 페넬로페와 함께 먼저 죽은 동료의 넋을 달래는 길에 오른다. 영화는 이 여정을 진혼이자 속죄로 그리며, 현대의 고향을 물리적 장소가 아닌 삶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으로 확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