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콜이 갈라놓은 두 고수익 펀드의 운명
핵심 요약
두 헤지펀드는 서로 다른 위기에도 레버리지와 마진콜을 거쳐 자산 처분 주도권을 잃었다. 아케고스는 거래 은행에 100억달러 넘는 손실을 남겼고, 시추에이셔널은 한 달간 67% 손실 뒤 레버리지를 제거했다. 두 사례는 장기 전망의 정확성보다 손실 구간을 버틸 자본 구조가 투자 생존을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21년 아케고스캐피털과 2026년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는 운용 방식과 위기의 성격이 달랐지만, 높은 레버리지와 마진콜을 거쳐 운용 주도권을 잃었다는 공통점을 남겼다. 아케고스 보유 종목은 거래 은행들의 매도 경쟁 속에 시장으로 쏟아졌고, 시추에이셔널의 상장주식 대부분은 단일 매수자인 시타델로 넘어갔다. 투자 판단의 장기적 타당성과 별개로 담보권자가 처분 시점을 정한 셈이다.
빌 황의 재산을 운용한 패밀리오피스 아케고스는 총수익스와프를 활용해 적은 증거금으로 대규모 주식 손익에 노출됐다. 장부상 주주가 은행이어서 전체 보유 규모가 시장과 거래 은행들에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한때 360억달러를 넘은 펀드 가치로 약 1600억달러의 시장 노출을 만들었지만 일부 종목 하락 뒤 추가 증거금을 채우지 못했다. 2021년 3월 26일 은행들이 블록딜에 나서면서 거래 은행 손실은 100억달러를 넘었고, 크레디트스위스는 약 55억달러를 잃었다.
전 오픈AI 연구원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설립한 시추에이셔널은 반도체·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를 사고 소프트웨어를 파는 전략으로 2026년 상반기 439% 수익을 냈다. 그러나 7월 들어 매수한 AI 인프라 주식은 급락하고 공매도한 소프트웨어 주식은 오르면서 헤지가 손실을 키웠다. 최대 4배 수준의 포지션은 한 달 만에 67% 손실을 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여전히 80%였지만, 7월 30일 상장주식 장부의 상당 부분을 시타델에 넘기고 레버리지를 모두 제거해야 했다.
두 사건을 법적·도덕적으로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빌 황은 사기와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18년을 선고받았지만, 시추에이셔널에는 같은 범죄 혐의가 제기되지 않았다. 다만 가격 하락이 자기자본과 담보 가치를 줄이고, 증거금 요구와 강제 매도가 다시 가격을 끌어내리는 ‘유동성 나선’은 두 사례에서 공통으로 작동했다. 장기 전망이 맞는 자산도 단기 자금으로 과도하게 조달하면 기다릴 능력을 잃을 수 있어, 좋은 자산을 고르는 판단만큼 손실 구간을 버틸 자본 구조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