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강국 한국, 생산성 해법은 조직 혁신
핵심 요약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밀도에도 시간당 노동 생산성이 OECD 평균에 못 미친다. 기술 성과를 높이려면 교육·데이터 축적과 업무 방식 재설계 등 무형자산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사람의 역량을 보완하는 AI는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기술 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
한국은 근로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1,220대를 운용해 로봇 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밑돌고 있다. 에릭 브리뇰프슨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장은 첨단 장비를 늘리는 것만으로 생산성 혁신이 완성되지 않는다며, 기술을 실제 성과로 연결할 조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브리뇰프슨 소장이 제시한 핵심은 기술 활용의 깊이와 개발 방향이다. 기업이 업무 절차와 역할, 협업 방식을 기술에 맞춰 다시 설계하지 않으면 실험을 반복하면서도 현장 전체로 확산하지 못하는 ‘시범운영 단계의 늪’에 머물 수 있다. 교육과 데이터 축적, 조직 재설계 같은 무형자산과 조직자본을 함께 쌓아야 기술 투자가 기업 가치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진단은 1990년대 컴퓨터 도입과 생산성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브리뇰프슨 소장과 고(故) 양신규 MIT 교수는 컴퓨터 자체뿐 아니라 교육, 조직 개편, 데이터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투자가 기업 가치 형성에 큰 몫을 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초기에는 생산성이 낮아졌다가 보완 투자가 축적된 뒤 상승하는 ‘생산성 J커브’는 AI 시대의 기업 간 성과 격차를 해석하는 토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AI의 목표도 사람을 대체하는 데서 능력을 확장하고 보완하는 쪽으로 옮겨야 한다는 과제가 제시됐다. 대체 중심의 기술은 부와 권력을 일부에 집중시킬 수 있지만, 보완형 AI는 성과를 더 넓게 나누면서 경제적 파이를 키울 수 있다. 특히 고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한국에서는 AI가 1인당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자 간 기술 격차를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어, 조직 혁신과 사람 중심의 기술 설계가 생산성 전환의 관건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