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사형 집행 전면 폐지 법제화
핵심 요약
레바논이 중동 국가 최초로 사형 집행을 전면 폐지했다. 사형을 대체하는 형벌로 중노동을 수반하는 종신형이 도입된다. 40년 넘게 이어진 폐지 운동은 ‘왈리드 슬라이비법’ 제정으로 결실을 맺었다.
레바논 의회가 11일 현지시각 사형 집행을 전면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동 국가 가운데 사형제도를 법률로 폐지한 첫 사례다. 의원 128명 가운데 무장정파 헤즈볼라 소속 의원들을 제외한 과반이 법안에 찬성했다. 사형을 강화하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최근 움직임과는 대조적인 결정으로, 레바논은 세계 129번째 사형 폐지 국가가 됐다.
새 법은 사형을 대신해 가중 노역인 중노동을 수반하는 종신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레바논은 2004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이미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 43개국에 포함돼 있었다. 다만 법원에서는 사형 선고가 계속 내려졌으며, 현재 살인과 간첩죄 등을 저지른 사형수 85명이 수감돼 있다. 이번 입법으로 장기간 이어진 집행 중단이 제도적 폐지로 전환됐다.
레바논에서는 중동 사형제 폐지 운동을 이끌어 온 왈리드 슬라이비 박사 등을 중심으로 40년 넘게 폐지 활동이 이어졌다. 의회는 이러한 공로를 기려 이번 법안을 ‘왈리드 슬라이비법’으로 명명했다. 국제사법재판소 소장을 지낸 나와프 살람 총리와 국제중재재판소 재판관을 역임한 아델 나사르 법무장관 등 국제 인권 기준에 정통한 인사들이 정부 요직에 포진한 점도 법안 통과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주변국에서는 사형을 확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 인명을 해친 테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인에게 사형을 의무적으로 선고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란은 지난해 사형 집행을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려 최소 2159명을 처형했고, 올해에도 정치범과 반정부 시위대 등을 포함해 최소 463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레바논의 결정은 이 같은 중동 지역의 흐름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