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사형 대신 종신형…아랍 중동 첫 폐지
핵심 요약
레바논 의회가 중동 아랍 국가 최초로 사형제를 전면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사형 확정 수감자 85명에게도 강제 노동이 병과되는 종신형이 소급 적용된다. 인권 제도화라는 평가와 무장세력 공격 희생자 유가족의 반발이 맞서고 있다.
레바논 의회가 11일 사형제를 전면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동의 아랍 국가 가운데 처음이다. 법이 시행되면 법원은 범죄 유형과 관계없이 사형을 선고할 수 없으며, 최고형은 강제 노동이 병과되는 종신형으로 바뀐다. 사형이 확정된 수감자에게도 종신형이 소급 적용된다. 법안은 내각을 거쳐 조제프 아운 대통령의 승인을 받으면 효력이 생긴다.
레바논에서는 2004년 1월 이후 22년 동안 사형이 한 차례도 집행되지 않았지만 살인과 반역 사건 등에 대한 사형 선고는 이어졌다. 지난해 말 사형 확정 수감자는 85명이었다. 집행에는 대통령과 총리, 법무장관의 공동 서명이 필요했으나 역대 정부는 명령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아델 나사르 법무장관은 폐지를 역사적 조치로 규정하면서 범죄를 가볍게 다루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인구 500만명대인 레바논은 15년간의 내전과 최근의 경제 붕괴,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을 겪었다. 유럽 등 사형 폐지국은 송환한 피의자가 처형될 가능성을 들어 레바논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절해 왔다. 정부는 이번 입법이 인권 보호를 제도화하는 동시에 해외 도피 피의자의 송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레바논은 지난 6월 30일 파리에서 열린 세계사형반대대회에서 폐지 방침을 공개했다.
폐지를 둘러싼 내부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숨진 군인과 보안요원 유가족들은 가해자의 형이 줄어든다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128석 의회의 다수가 찬성했지만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정파이자 정당인 헤즈볼라 소속 의원들은 동참하지 않았다. 지난해 중동·북아프리카의 공식 사형 집행이 2611건으로 81% 늘어난 상황에서 레바논은 지부티에 이어 아랍연맹 22개 회원국 중 두 번째 사형 폐지국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