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저주받은 8월' 앞두고 군사·경제·정치 압박 동시 직면
핵심 요약
푸틴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가 66%로 침공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의 본토 공격으로 정유시설과 와일드베리스 물류시설 등이 피격되며 군사·경제·정치 압박이 겹쳤다. 러시아는 '검은 8월'을 앞두고 정권 변화 가능성과 권위주의 복원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공격으로 본토 정유시설과 대형 물류창고가 잇따라 피격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가 한 주 만에 5%포인트 하락했다. 친정부 성향 여론조사기관인 러시아 여론재단(FOM)이 지난 10~12일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면조사에서 푸틴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66%로, 직전 주 71%보다 낮아졌다. 이는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부정평가는 16%, 답변 유보는 17%였으며 표본오차는 ±3.6%포인트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정유시설과 군수·물류 거점을 집중 공격했으며, 러시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와일드베리스의 물류시설도 이달 18일 이후 12곳가량 피격됐다. 우크라이나는 와일드베리스가 러시아군에 군수품을 공급한다는 점을 공격 이유로 들었고, 우크라이나 방산업체 간부는 와일드베리스가 러시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은행권의 주요 차입기업이라는 점도 고려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에는 피해를 본 입점업체 약 300곳의 대출 재조정 요청이 들어왔지만, 은행 측은 이들이 손실을 견딜 재무 여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러시아인들은 역사적으로 대형 재난과 정치적 격변이 되풀이된 8월을 '검은 8월' 또는 '저주받은 8월'로 여긴다. 1991년 소련 강경파의 쿠데타 시도, 2000년 핵추진 잠수함 쿠르스크호 침몰, 2009년 사야노슈셴스카야 수력발전소 사고가 모두 8월에 발생했으며, 2024년 8월에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에 진입했다. 올해 8월을 앞두고 여론 하락과 본토 공격이 겹치면서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가장 심각한 군사·경제·정치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2일 푸틴 대통령 측근들이 전쟁의 책임이 푸틴 대통령에게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알리는 신호를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 인물이나 경로는 공개하지 않았다. 러시아 정치 전문가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 선임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의 강경 노선과 현실적 조정 요구가 충돌하고 있으며, 압력이 태도를 바꾸기보다 권력체제의 균열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황상 러시아의 패배가 임박했다고 보기 어렵고, 본토 공격이 일부 러시아인의 지지를 강화할 수도 있어 정권 붕괴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