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산업현장 파고든 북한 여성 노동자
핵심 요약
러시아 인력업체가 북한 여성 노동자 40명을 한 작업조로 고용하는 광고를 게시했다. 근무 조건은 하루 11시간·월 26∼28일이며 임금의 75∼90%는 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러시아의 인력난 속에 교육비자를 활용한 대북제재 우회 정황이 나타났다.
러시아 인력업체가 북한 여성 40명으로 구성된 작업조를 모스크바 지역 사업장에 공급한다는 구인 광고를 온라인 거래 플랫폼 아비토에 게시했다. 이들은 김밥을 비롯한 음식 조리에 능숙하고 성실한 인력으로 소개됐으며, 식당뿐 아니라 생산라인과 섬유공장, 농업시설에도 배치할 수 있다. 다만 40명 전원을 한 사업장에서 함께 고용해야 하고 인원을 나눠 투입할 수 없다는 조건이 명시됐다.
광고에 제시된 근무 조건은 하루 11시간, 월 26∼28일이며 고용 단가는 1인당 시간당 480루블, 약 8200원이다. 이를 월급으로 환산하면 1716∼1848달러, 약 243만∼262만 원이다. 북한 경제 전문가 피터 워드는 중개업자와 당국자, 북한 중앙정부가 임금의 75∼90%를 가져갈 것으로 판단했다. 40명을 한 조로 묶는 방식도 이동 감시를 강화하고 특정 고용주와 작업장에 노동자를 고정하려는 조치로 해석했다.
북한 노동자 한 명을 데려오는 데 드는 항공료와 비자, 보험, 중개 수수료 등은 지난해 2300달러를 넘었지만 최근 인력 공급이 늘면서 비용은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업체도 건설현장과 창고, 제조업에 북한 노동자를 시간당 약 12달러에 공급하고 있다. 모스크바 인근 만두공장을 비롯해 러시아 서부의 섬유·농업시설과 와일드베리스 물류센터에서도 북한 여성의 근무가 확인됐고, 이들과 일할 북한식 한국어 통역사 채용도 늘고 있다.
북한 인력 수요 확대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러시아의 인력난,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 유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 북러 관계 밀착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노동자의 해외 취업은 신규 노동허가 금지와 기존 인력 송환을 규정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어긋난다. 러시아가 지난해 북한 주민에게 발급한 교육비자는 약 3만6000건으로, 학생 신분으로 입국시킨 뒤 산업현장에 배치하는 제재 우회 방식이 활용되는 정황도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