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형상으로 돌아본 바젤리츠 60년
핵심 요약
바젤리츠의 타계 후 첫 미술관 회고전이 세화미술관에서 열린다. 뒤집힌 형상과 절단된 신체를 통해 전쟁과 분단의 상흔을 드러낸 작품들이 공개된다. 초기 절편 회화부터 말년의 금빛 연작까지 60년 작업 세계를 살핀다.
독일 신표현주의를 대표한 게오르그 바젤리츠(1938~2026)의 타계 후 첫 미술관 회고전이 13일 서울 종로구 세화미술관에서 개막한다. 작가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구상한 이번 전시는 회화와 드로잉, 조각 46점으로 60년에 걸친 작업 세계를 조명한다. 출품작 가운데 39점은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며 전시는 12월 27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장 입구의 ‘나뉜 소 두 마리Ⅰ’(1966)는 화면을 어긋나게 분할한 절편 회화로, 나치 정권이 영웅주의에 이용했던 목가적 동물 이미지를 해체해 과거와의 단절을 시도한 작품이다. ‘에켈리’에는 구두를 신은 다리와 뒤집힌 숲이 등장하고, ‘나중에 구두가 발견되었다’에서는 독일의 상징인 독수리가 추락한다. 바젤리츠는 땅을 다른 세계와 이어지는 통로로 여기며 발과 신발을 화면 위쪽에 배치했다.
제2차 세계대전과 독일 분단을 겪은 바젤리츠는 동독의 리얼리즘과 서독 주류 추상미술 모두에서 거리를 뒀다. 대신 거꾸로 놓인 형상과 절단된 신체를 활용해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아내 엘케 크레치머를 그린 ‘프랑스에서의 엘케 II’는 반추상적 형태와 절제된 색채, 희미한 신체를 통해 시간의 흐름과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드러낸다.
미술관 야외에는 사슬톱과 도끼로 깎은 나무를 청동으로 주조한 높이 3.6m의 ‘1965’가 설치돼 인간 형상에 대한 원초적 탐구를 보여준다. 공중에 매달린 해골 형상의 ‘제로 모빌’은 삶의 중력과 죽음의 긴장을 맞세운다. 전시 후반의 ‘골드 페인팅’ 연작은 금빛 바탕과 가느다란 신체 선으로 노화와 삶의 무게를 담았으며, 타계 3주 전 인터뷰에는 전쟁이나 분단 없이도 예술의 변화가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마지막 메시지가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