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형상에서 금빛 육체까지, 바젤리츠 60년
핵심 요약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60여 년 예술세계를 조망하는 회고전이 세화미술관에서 열린다. 거꾸로 그리기와 신체 해체, 리믹스 등 기존 이미지의 질서를 흔든 작품 46점이 공개된다. 생전에 전시 구성을 협의했던 작가의 마지막 골드 페인팅까지 만날 수 있다.
독일 신표현주의를 대표한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60여 년 작업을 조망하는 회고전이 13일 서울 신문로 세화미술관에서 개막한다. 국내 미술관 개인전으로는 2007년 이후 약 20년 만이며, 지난 4월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 처음 마련된 미술관 회고전이다. 회화와 드로잉, 조각을 아울러 모두 46점을 선보이며 전시는 12월 27일까지 이어진다.
전시는 연대기 대신 작가가 되풀이해 탐구한 형상과 조형 실험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캔버스와 소의 형상을 절단한 1966년작 ‘나뉜 소 두 마리 I’, 거꾸로 표현한 아내의 초상 ‘프랑스에서의 엘케 II’, 과거 도상을 새롭게 변형한 ‘리믹스’ 연작이 한 흐름을 이룬다. 히틀러를 연상시키는 인물의 신체와 권위를 분할한 ‘세 줄 외투’, 독일의 상징인 독수리를 추락하듯 뒤집은 ‘나중에 구두가 발견되었다’도 전시장에 나왔다.
전쟁 말기와 전후 독일의 폐허를 어린 시절 겪고 동독에서 서독으로 이주한 바젤리츠는 전쟁의 상흔과 분단의 기억을 작품에 끌어들였다. 1969년부터 시작한 거꾸로 그리기는 익숙한 대상을 알아보는 관습에서 관람객을 떼어내 색채와 붓질, 화면 구조에 집중시키려는 시도였다. 손과 발, 머리처럼 파편화된 신체도 주요 모티프로 삼았으며, 특히 가늘고 연약한 발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불안정성과 유한성을 드러냈다.
전시의 끝에는 바젤리츠가 생애 마지막까지 작업한 ‘골드 페인팅’이 놓였다. 금박 화면에 작가 자신과 아내 엘케를 각각 가느다랗고 희미한 거꾸로 된 인물로 그린 ‘그보다 더’와 ‘비가 많이 왔다’가 검은 벽을 배경으로 나란히 걸렸다. 신성함과 영원성을 상징해온 금빛과 소멸해가는 육체의 취약성이 대비된다. 전시는 작가 생전에 기획됐고, 미술관은 지난 4월 초 독일에서 바젤리츠와 전시 방향과 작품을 논의했으나 그의 별세로 유작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