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신고 뒤 교회로 돌아간 11살, 결박 끝 사망
핵심 요약
천안의 교회에서 생활하던 11살 아동이 약 38시간 결박된 정황 속에 병원 이송 후 숨졌다. 아이는 이틀 연속 경찰서를 찾고 학대 의심 신고도 접수됐지만 다시 교회로 돌아갔다. 목사와 외할머니가 구속됐으며 경찰은 결박에 관여한 교회 거주 성인도 수사하고 있다.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11살 아동이 지난 5일 저녁 고열 증세로 대학병원에 이송된 뒤 약 3시간 만인 6일 0시 2분 숨졌다. 경찰은 아이의 외출을 막으려 교회 관계자들이 약 38시간 동안 손발을 묶고 체벌한 정황을 확인했다. 법원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60대 목사에 이어 11일 외할머니에게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아이는 지난 2일과 3일 새벽 혼자 교회를 빠져나와 시민의 도움으로 경찰서를 찾았고, 이틀 모두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학대 행위자로 지목된 외할머니가 다른 곳에 산다는 이유로 아이는 다시 교회로 돌아갔다. 아이는 자신을 때린 사람으로 외할머니를 일관되게 지목했지만 교회로 돌아가는 데는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구급대 기록에는 손목과 발목에 억류 흔적으로 보이는 멍이 있었다고 적혔다.
왕복 5차선 도로 옆 주유소 뒤편에 있는 교회는 목사 구속 뒤 문이 잠겼고, 인근 주민과 왕래도 거의 없었다. 주변 편의점 직원은 숨지기 직전 스스로 찾아온 아이의 눈가에서 멍을 봤지만 밝게 인사해 학대를 의심하지 못했다고 기억했다. 지난해 12월께 아이를 만난 식당 종업원은 얇은 바람막이와 슬리퍼 차림으로 손발이 언 아이에게 음식을 먹였으며, 이후 교회에서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천안시는 아이를 교회가 아닌 보호시설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실행하지 못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아이의 심리·행동 특성을 고려해 즉시 받아줄 시설을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외할머니의 접근을 막기 위한 명령도 법원에서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아 기각됐고,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교육 위탁만 받아들여졌다. 경찰은 결박에 관여한 교회 거주 성인까지 수사를 확대했으며, 외할머니는 영장심사 뒤 혐의 관련 질문에 사과한다는 짧은 답변만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