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해체한 이하느리, 소리로 관계를 묻다
핵심 요약
이하느리의 첫 음악극이 15~17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늑대와 인물의 정체를 흐린 채 반복되는 음악과 행동으로 관계 변화를 그린다. 전자음 중심의 서사와 날짜별로 다른 결말을 통해 열린 해석을 시도한다.
작곡가 이하느리가 연출과 작곡을 함께 맡은 첫 음악극 ‘그렇게 바람이 불었고 나는 두 형을 먹었다’가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세종문화회관 컨템퍼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 26’의 한 편으로, ‘아기돼지 삼형제’의 익숙한 구도와 잔혹한 판본을 해체해 세 존재 사이에 번지는 믿음과 두려움을 음악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무대에는 늑대가 직접 등장하지 않으며 세 인물의 정체도 명확히 규정되지 않는다. 첫째와 둘째, 막내를 떠올리게 하는 존재들이 비슷한 행동과 음악을 반복하는 동안 장면은 조금씩 섞이고 왜곡된다. 대사나 뚜렷한 기승전결 대신 무대 장치를 만지는 동작, 인물이 선 위치에서 발생하는 소리, 되돌아오는 음악이 관계의 변화를 드러낸다. 형들을 먹은 늑대를 막내가 다시 먹는 사건 역시 실제인지 아닌지 열린 상태로 남는다.
음악은 전자음과 신시사이저를 중심에 두고 타악기와 관악기, 성악을 결합했다. 신예훈이 신시사이저, 이한이 전자음악과 공연 자체를 해체하는 3막을 맡았고, 이하느리는 나뉜 장면을 전체 구조에 맞춰 다시 구성했다. 양정욱이 설계한 무대에는 집을 연상시키는 정형 구조물과 안무에 따라 이동하는 비정형 장치가 배치된다. 마지막에는 2017년 논란이 된 ‘엘사게이트’ 영상들을 모아 편집한 에필로그가 이어진다.
공연의 끝은 날짜마다 달라진다. 관객과의 대화가 열리는 15일에는 장면을 분명하게 끊어 마무리하고, 16일과 17일에는 코다를 덧붙여 퇴장 시점마저 흐릿하게 만든다. 이하느리는 이번 작업에서 예산 운용과 협업, 시각 요소까지 직접 다루며 기존 작곡 활동과 다른 제작 과정을 경험했다. 소리뿐 아니라 무대에서 보이는 것까지 살피게 된 그는 다원예술을 단순히 시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대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