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핀이 빚어낸 제주의 붉은 하루
핵심 요약
태풍 돌핀이 제주 남쪽 먼바다를 지나며 섬에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를 일으켰다. 제주 하늘은 새벽의 붉은 여명에서 낮의 먹구름을 거쳐 저녁의 강렬한 노을로 변했다. 해안 절벽과 저수지, 방파제, 풍력발전기 너머 수평선에 태풍 전후의 풍경이 이어졌다.
13호 태풍 ‘돌핀’이 제주 남쪽 먼바다를 지나간 지난 8일, 제주 하늘과 해안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5시 무렵 겹겹이 쌓인 두꺼운 구름 사이로 여명이 번지며 하늘이 붉게 물들었고, 낮에는 거센 바람과 높은 파도가 섬을 흔들었다. 저녁에는 태풍이 남긴 습기와 구름 사이로 강렬한 노을이 펼쳐졌다.
낮에 찾은 서귀포 해안 절벽에서는 검푸른 파도가 집채만 한 크기로 밀려와 암벽에 부딪힌 뒤 하얀 물보라로 흩어졌다. 절벽 위 소나무들은 강풍에 크게 휘어지면서도 자리를 지켰고, 파도가 절벽을 때릴 때마다 물기둥이 잇따라 솟았다. 태풍의 중심이 제주를 직접 통과하지는 않았지만, 해안에서는 먼바다를 지나는 돌핀의 위력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위성 사진에 포착된 돌핀은 제주와 규슈 사이 동중국해에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었다. 중심부에는 또렷한 눈이 형성됐고, 그 둘레를 나선형 구름 띠가 여러 겹으로 감쌌다. 태풍의 중심은 제주를 비켜 남쪽 먼바다로 이동했으나 섬은 종일 흐린 하늘과 강한 바람의 영향권에 놓였다. 새벽의 붉은 구름은 이어질 거친 날씨를 앞두고 평소보다 두텁고 극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해가 수평선으로 내려가자 오름 능선 너머의 주황빛과 진분홍빛 구름이 저수지 수면에 그대로 비쳤다. 방파제에서는 하늘빛이 푸른색에서 분홍색을 거쳐 주황색으로 변했고, 멀리 보이는 작은 섬과 길을 걷는 사람들은 노을 속 실루엣으로 남았다. 풍력발전기가 늘어선 수평선 너머로 해가 사라진 뒤까지 약 한 시간 동안 색의 변화가 이어졌으며, 잔잔해진 바다 위에는 붉은빛이 잘게 부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