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내면 먼저 간다…확산하는 ‘순서의 가격’
핵심 요약
IMAX 영화 ‘오디세이’의 매진 속에 정가를 크게 웃도는 암표가 등장했다. 트루스 API는 기관 고객에게 영향력 있는 게시물을 0.001초 단위로 먼저 전달한다. 배달과 놀이공원, 공연 시장에서도 대기 순서를 앞당기는 유료 상품이 확산하고 있다.
영화관과 온라인 정보 서비스, 배달 앱, 놀이공원까지 돈을 더 낸 이용자에게 앞선 순서를 제공하는 거래가 확산하고 있다. 8월 5일 개봉한 영화 ‘오디세이’는 전 세계적인 IMAX 관람 수요로 개봉 전 좌석이 매진됐고, 주말 정가 2만2000원인 입장권이 국내 암표 시장에서 약 4.5배인 10만원에 나왔다. 뉴욕에서는 33달러짜리 표가 약 30배인 1000달러에 등장했다.
영화 암표는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암표와는 구조가 다르다. 공연은 매진되면 관람 기회가 사라지지만, 영화는 수요가 많을수록 상영 횟수가 늘어 기다리면 정가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웃돈이 붙는 것은 작품 자체보다 남보다 먼저 관람할 순서에 가격이 매겨졌기 때문이다. 공연 시장도 유료 멤버십 회원에게 일반 회원보다 예매를 먼저 열어 주는 방식으로 우선권을 공식 판매하고 있다.
정보 시장에서는 1000분의 1초의 차이까지 상품이 됐다. 트럼프미디어가 8월 1일 시작한 유료 서비스 ‘트루스 API’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영향력 있는 트루스소셜 계정의 게시물을 기관 고객에게 0.001초 단위로 먼저 전달한다. 요금은 월 최대 10만달러이며, 3년 계약 시 월 6만달러다. 서비스 첫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격 취소 글을 올렸고, 이후 첫 거래일인 3일 브렌트유 10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4.7% 하락했다.
현실 공간에서도 시간의 우선권은 거래된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은 5월 24일 대만 야시장에서 구운 옥수수를 사며 1000대만달러, 약 4만원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앞에 선 손님들의 몫까지 계산하는 대신 자신에게 먼저 달라는 제안이었다. 음식 배달 앱의 ‘한집 배달’과 놀이공원의 줄 건너뛰기 이용권도 추가 비용으로 대기 시간을 줄이는 상품이다. 이 구조에서는 먼저 줄을 선 사람이 아니라 줄을 만들고 순서를 배분하는 사업자가 수익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