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보기관, 잠입·선제 해킹까지 권한 확대
핵심 요약
독일 정부가 국내외 정보기관에 잠입과 선제 해킹 등을 포함한 작전 권한을 부여하는 개혁안을 의결했다. 정보기관은 디지털 감시와 해외 파괴공작을 수행할 수 있지만 인명 살상은 허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안보 대응력 강화를 내세웠으나 야권에서는 역사적 금기를 깬 비밀경찰 구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독일 정부가 테러와 파괴 공작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정보기관 연방헌법수호청과 해외 담당 연방정보국의 권한을 대폭 확대한다. 연방정부는 12일 내각회의에서 두 기관의 개혁안을 의결하고, 첩보 수집에 머물던 정보기관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작전 권한을 부여했다. 법안이 시행되면 의심 인물의 주거지 잠입부터 해외 기반 시설을 겨냥한 선제적 사이버 작전까지 가능해진다.
국내 정보기관은 스파이 또는 테러 용의자의 집에 몰래 들어가 폭발물 재료를 무해한 물질로 바꾸는 예방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생체 데이터를 폭넓게 수집·저장·분석하고,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침투해 메신저 대화를 확인하거나 스파이웨어를 설치하는 감시도 허용된다. 해외에서는 화학무기·드론 공장의 생산 시스템이나 국가 해커그룹 서버를 무력화하고, 가상화폐 결제망을 교란해 러시아의 현지 공작원 지원을 차단할 수 있다. 특별한 위협이 발생하면 해외 파괴공작도 가능하지만 인명 살상은 금지된다.
정부는 연방정보국 요원이 해외로 무기를 반출할 수 있도록 전쟁무기통제법도 손질할 방침이다. 이번 개혁은 독일 정보기관의 권한이 미국 중앙정보국이나 이스라엘 모사드보다 제한돼 테러·공작 대응과 외국 기관과의 협력에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에서 추진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배후로 의심되는 공작이 잇따른 점도 권한 확대 논의를 키웠다. 이달 초 라이프치히 공항에서 폭발물 탑재 드론이 우크라이나 화물기를 공격한 사건 뒤에는 러시아 드론 제조업체를 상대로 선제 작전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독일은 나치 게슈타포와 동독 슈타지의 국가폭력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정보기관을 의회의 엄격한 통제 아래 두고, 수집한 첩보를 경찰 등 집행기관에 넘기는 역할만 맡겨 왔다. 정부는 외국 기관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동등한 수준에서 안보 위협에 대응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자유민주당에서는 역사적 금기를 깬 비밀경찰 구상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좌파당도 현행 권한 제한이 게슈타포에서 얻은 교훈이라고 반발했다. 법안을 둘러싼 쟁점은 적극적인 위협 차단과 국가 정보권력 통제 사이의 경계에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