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보기관, 수집 넘어 현장 대응까지 권한 확대
핵심 요약
독일 정부가 국내외 정보기관에 직접적인 작전 권한을 부여하는 개혁안 초안을 의결했다. 정보기관은 예방 작전과 사이버 대응, 해외 파괴 공작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게 된다. 전후 확립된 권한 분리 원칙과 기본권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정치권·시민사회의 우려가 제기됐다.
독일 연방정부가 국내 정보기관 연방헌법수호청(BfV)과 해외 정보기관 연방정보국(BND)에 직접적인 작전 권한을 부여하는 개혁안 초안을 12일 내각회의에서 의결했다. 700쪽이 넘는 초안은 의회 승인을 남겨두고 있으며, 정보 수집은 정보기관이 맡고 현장 작전은 경찰 등이 수행해 온 전후 80년의 분리 원칙을 사실상 바꾸는 내용을 담았다.
개혁안이 시행되면 두 기관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정보를 장기간 수집·저장·분석하고, 국내외 공공장소의 폐쇄회로(CC)TV 영상에 더 폭넓게 접근할 수 있다. 사이버 공격으로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삭제하는 권한도 포함됐다. BfV는 테러·간첩 혐의자의 주거지에 비밀리에 들어가 폭발물 재료를 무해한 물질로 바꾸는 예방 작전을 수행할 수 있으며, BND는 특별한 군사 상황에서 해외 파괴 공작에 나설 수 있다.
정부는 BND 요원의 해외 무기 반출을 허용하도록 관련 법률도 고칠 계획이다. 다만 해외 요원의 무력 사용은 원칙적으로 계속 금지된다. 이번 개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테러와 극단주의 폭력, 사이버 위협이 커졌지만 기존 권한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추진됐다. 지난달 베를린 성소수자 행사 차량 돌진 테러와 라이프치히 할레 공항의 우크라이나 화물기 인근에서 폭발물 탑재 드론이 발견된 사건도 개혁 논의에 영향을 미쳤다.
권한 확대를 둘러싼 반발도 거세다. 녹색당은 BND의 역량 강화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BfV에 부여할 권한이 정보기관과 경찰의 분리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좌파당은 당사자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가 줄어 법적 보호가 약화될 수 있다며 비밀경찰의 재등장을 경계했다. 시민단체도 민간·공공 영상감시망에 대한 광범위한 실시간 접근이 무고한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위헌 판단을 받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부는 의회 감독기구와 별도로 독립 감독기관의 감시·통제를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