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유묵 진위 논란에 전시품 철수
핵심 요약
국립중앙박물관이 독립운동가 박원근의 친필로 전시한 유묵을 철수하고 사과했다. 작품 속 서명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이명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박물관은 전문가를 위촉해 유물의 출처와 작가 명의를 정밀 검증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독립운동가 박원근 선생의 친필로 소개했던 유묵을 전시장에서 철수하고 검증 부실을 공식 사과했다. 작품에 적힌 이름이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이명일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지난 12일 공식 누리집에 유홍준 관장 명의의 사과문을 올리고 전시품 확인 절차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유물은 지난달 개막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전’에 나온 ‘일반시국은’ 유묵이다.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다’라는 뜻으로, 임진왜란 때 의승병을 일으킨 기허 영규대사의 글귀가 적혀 있다. 박물관은 이를 충북 보은 출신 애국지사 박원근의 작품으로 전시했으나, 지난 10일 작품 속 서명이 박중양을 가리킬 수 있다는 외부 제보를 받은 뒤 즉시 철수해 천으로 가렸다.
박원근 지사는 일제강점기 삼인회와 신인구락부 등 항일 비밀결사 활동을 이끌고 변절을 거부한 독립운동가다. 전시 직후 유족들이 고인의 흔적이라 여긴 작품 앞에서 바닥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예를 갖춘 모습도 알려졌다. 반면 박중양은 황해도지사와 충북도지사, 중추원 참의를 지냈고 3·1운동 진압에 앞장선 인물이다. 조선공로자명감에도 일제 식민 통치의 최고 공로자 가운데 한 명으로 기록됐다.
해당 작품은 2019년 미술품 경매에서 애국지사 박원근의 유묵으로 출품된 이력이 확인됐다. 박물관은 당시 알려진 정보를 토대로 나라가 어려울 때 밥 한 그릇이 지닌 의미를 조명하려 했지만, 동명이인의 작품일 가능성을 사전에 가려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유족이 겪은 혼란과 상심에도 사과했으며, 현재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위촉해 유물의 정확한 출처와 작가 명의를 정밀 검증하고 있다. 앞으로는 유물 내력을 여러 경로로 교차 확인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