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조 옥중 기록 300점 공개…전쟁 책임 외면
핵심 요약
도조 히데키가 옥중에서 작성한 메모와 편지 등 300점이 공개됐다. 기록에는 전쟁 책임에 대한 반성 없이 일본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인식이 담겼다. A급 전범 합사와 도쿄재판 부정, 조선인 합사 취소 소송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총리를 지낸 뒤 A급 전범으로 처형된 도조 히데키의 자필 메모와 편지 등 300점이 새로 공개됐다. 친족이 지난 5∼6월 일본 국립국회도서관에 기증한 자료에는 일제의 만행이나 자신의 책임을 후회하는 내용이 없었으며, 오히려 전범재판을 일본의 행동이 정의에 기반했다고 주장할 마지막 기회로 여긴 인식이 담겼다.
메모형 일기 ‘마음 가는대로’는 극동국제군사재판 후반기인 1948년 1월 2일부터 2월 14일까지 작성됐다. 도조는 조셉 베리 키넌 미국인 수석검사의 신문을 앞두고 패전을 ‘국가의 운명’으로 표현하면서도 기쁨으로 가슴이 뛴다거나 전장으로 향하는 듯하다고 썼다. 연합군 측에 협조한 인물들에게는 검사에게 영합해 군벌을 인정하고 기독교로 개종해 비위를 맞췄다는 취지의 비난을 남겼다.
기증 자료에는 ‘전쟁과 천황의 책임에 대해’라는 수기도 포함됐다. 태평양전쟁 개전에 관한 쇼와 일왕의 책임을 전면 부정하는 내용으로, 면회한 기요세 이치로 변호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조를 비롯한 전범들은 사형을 선고받아 교수형에 처해졌지만 일왕은 기소되지 않았다. 전쟁을 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주장했던 도조가 재판정 밖의 개인 기록에서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자료에서 다시 확인됐다.
도조는 1948년 11월 사형을 선고받고 한 달 뒤 처형됐으며, 그를 포함한 A급 전범들은 1978년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됐다. 일본은 도쿄재판 수용을 전제로 독립국 지위를 회복했으나 극우 정치권에서는 재판을 부정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2013년 재판을 ‘승자의 판단’에 따른 단죄로 규정한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이후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참배 의사를 밝혀온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오는 15일 패전일에 신사를 찾을지도 주목된다. 이곳에 함께 합사된 조선인 2만1천181명의 유족들은 합사 취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