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미술관에서 떠나는 한여름 세계 예술여행
핵심 요약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태국 국보급 문화재 239점과 수코타이 시대의 ‘걷는 부처’를 만날 수 있다. 수원시립미술관과 스페이스K는 비인간 존재와의 공존, 갈등을 넘어선 치유를 각각 조명한다. 서울시립사진미술관은 마틴 파의 작품 595점으로 일상과 소비사회를 기록한 50여 년을 펼쳐 보인다.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전시장을 돌며 세계 문화와 현대미술을 만나는 도심 예술여행이 새로운 여가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의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에는 태국 국립박물관 21곳이 소장한 국보급 문화재 239점이 모였다. 일부 유물은 이번에 처음 해외에 공개됐다. 핵심 작품인 14세기 수코타이 왕국의 ‘걷는 부처’는 오른발 뒤꿈치를 든 채 중생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으로, 정적인 동아시아 불상과 구별되는 조형미를 보여준다.
수원시립미술관에서는 호주 작가 패트리샤 피치니니의 ‘킨쉽’이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관계를 묻는다. 머리카락과 피부까지 세밀하게 구현한 극사실주의 생명체들은 기괴한 첫인상 너머로 연약하고 따뜻한 감정을 드러낸다. 관람객이 만져볼 수 있는 ‘바쳐진 존재’는 웅크린 털복숭이 형상에 갓 태어난 아기 같은 취약성을 담았다. 소년이 낯선 존재에게 손을 내미는 ‘의심하는 토마스’는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이 인간과 공존할 미래의 윤리, 포용의 가능성을 함께 제시한다.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에서는 카우스가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 ‘친구, 그리고 이웃’을 열고 신작 회화와 조각 등 20여 점을 선보인다. 석촌호수의 대형 ‘컴패니언’과 방탄소년단 제이홉의 앨범 표지 작업으로 친숙한 작가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서로 기대고 안아주던 캐릭터들이 다투거나 경계하는 장면이 두드러진다. 두 아이의 일상에서 포착한 갈등과 팬데믹 이후 사회의 경계심을 반영했다. ‘치유’는 11개 캐릭터가 든 캔버스를 연결하면 하나의 바다가 완성되는 구성으로 감정적 교류의 의미를 전한다.
서울 도봉구 서울시립사진미술관에서는 마틴 파의 아시아 첫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 작가 별세 뒤 마련된 전시에는 사진 504점과 영상 1점, 사진책 90권 등 모두 595점이 나와 50여 년의 작업을 조망한다. 슈퍼마켓과 해변, 휴양지 같은 일상을 강렬한 색채와 풍자로 기록한 사진 가운데 1997년 평양의 통제된 풍경과 1998∼2007년 서울 대형마트의 소비문화가 대비를 이룬다. 관광객을 담은 ‘작은 세계’는 셀카와 음식 사진, 여행 인증사진으로 이어진 현대 여가의 단면을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