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전 흥행과 독서율 하락의 이중주
핵심 요약
서울국제도서전에 역대급 인파가 몰렸지만, 성인 독서율은 38.5%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텍스트힙' 현상으로 책을 매개로 한 경험 소비가 늘었으나, 실제 독서량 감소와 도서전 흥행 간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 도서전이 독서의 문턱을 낮추는 긍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일회성 소비에 그친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서울국제도서전이 역대급 인파를 모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개막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긴 줄이 이어졌고, 인기 출판사 부스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출판사들은 신작 발표와 작가와의 만남, 굿즈 증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도서전을 단순한 책 판매 자리를 넘어 문화 축제로 확장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흥행과 달리 국내 독서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에 그쳤고, 10명 중 6명은 지난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연평균 독서량도 2.4권에 불과했다. 출판시장도 장기 침체를 겪으며, 과거보다 적은 판매량으로도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시장 규모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모순적 현상은 '텍스트힙(Text Hip)'이라는 신조어에서 설명을 찾을 수 있다. 책 읽기를 세련된 취향으로 여기는 경향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독립서점과 북토크, 도서전 같은 책 매개 공간과 행사가 주목받고 있다. 사람들은 단순히 책을 구매하는 대신 '현장감'을 소비하며, 감각적인 부스에서 사진을 찍고 한정판 굿즈를 SNS에 공유하는 등 경험을 중시한다.
일각에서는 '패션독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책보다 굿즈에 관심을 보이고, 독서 본질보다 일회성 소비에 그친다는 우려다. 하지만 도서전이 독서의 문턱을 낮추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시각도 있다. 평소 책을 어렵게 느끼던 사람도 도서전에서 자연스럽게 책과 마주할 기회를 얻고, 감각적인 분위기나 예쁜 표지에 이끌려 책을 접할 수 있다. 독서의 시작이 반드시 정독일 필요는 없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독서 문화가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