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히다’ 아닌 ‘덮이다’가 맞는 까닭
핵심 요약
‘덮히다’는 잘못된 표기이며 ‘덮다’의 피동사는 ‘덮이다’이다. 피동 접사 ‘이·히·리·기’는 일부 타동사의 어간에만 결합한다. ‘뒤덮이다’는 온통 덮인 상태를 나타내며 ‘덮치다’에는 같은 피동 형성을 적용할 수 없다.
방수포로 ‘덮히는’ 야구장, 폭설에 ‘덮힌’ 도시, 연기에 ‘덮힌’ 산처럼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은 모두 표기 오류다. ‘덮다’의 피동사는 ‘덮이다’이므로 방수포로 덮이는 야구장, 폭설에 덮인 도시, 연기에 덮인 산으로 적어야 한다. 양털로 덮인 재킷이나 덮이는 범죄 의혹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덮이다’는 [더피다]로 발음한다. 받침 ‘ㅍ’이 뒤 음절의 초성 자리로 옮겨 발음되는 구조다. 피동은 주체가 다른 힘에 의해 동작을 받거나 당하는 성질을 나타낸다. 관계자나 방수포가 야구장을 덮는 상황에서 동작을 받는 주체인 야구장을 기준으로 서술하면 ‘야구장이 방수포로 덮인다’가 된다.
우리말에서 피동을 만드는 방식은 여러 가지이며, ‘덮이다’에는 피동 접사 ‘이’가 결합했다. ‘이·히·리·기’는 모든 타동사가 아니라 일부 타동사의 어간에만 붙는다. ‘놓다’에서 나온 ‘놓이다’를 비롯해 ‘바꾸다-바뀌다’, ‘보다-보이다’, ‘쓰다-쓰이다’, ‘치다-치이다’가 이에 해당한다. 빈 곳 없이 온통 덮는다는 뜻의 ‘뒤덮다’는 피동형으로 ‘뒤덮이다’를 쓴다.
‘덮이다’와 ‘뒤덮이다’는 덮인 정도에서 말맛이 달라진다. 넓은 야구장의 외야와 관중석까지 빈틈없이 방수포로 가리기는 어렵지만, 도시는 눈이 닿지 않은 곳이 남아 있어도 폭설에 뒤덮였다고 표현할 수 있다. 한편 뜻이 더 강한 타동사 ‘덮치다’는 해일이 마을을, 시민이 강도를, 경찰이 범인들을 덮치는 식으로 쓰인다. 다만 피동 접사 결합 대상이 아니어서 ‘덮히다’의 근거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