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국정 구상에 못 미친 3.4조원 세제개편
핵심 요약
정부 세제개편안의 연간 세수 확충 규모는 3조4000억원으로 GDP의 0.1% 수준이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8.7%로 OECD 평균 25%보다 낮다. 집권 초기 조세개혁의 목표와 지속 가능한 세입 확충 방안을 구체화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정부가 연간 세수를 3조4000억원가량 늘리는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국내총생산의 0.1% 수준으로, 수천조원 규모의 메가프로젝트와 세계 4대 수출강국을 내건 ‘대한민국 대도약’ 구상에 비해 재정 기반 확충 폭은 제한적이다. 올해 조세부담률은 18.7%로 OECD 평균 25%보다 낮으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한 격차는 연간 170조원에 육박한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가 예상되지만 시장 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한시적 수입이라는 한계가 있다. 8월3일 공개된 종합부동산세 개편도 전면적인 체계 개편보다는 일부 대상의 부담을 높이는 방식에 머물렀다. 정부는 5월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끝낸 뒤 다시 중과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4일 국무회의에서 근로소득과 부동산 양도소득 간 형평성을 거론했지만,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의 관계는 이번 논의에 담기지 않았다.
과거 정부의 세제 개편은 집권 초기 추진력에 따라 결과가 엇갈렸다.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고 ‘비전 2030’을 발표했으나 복지국가 구상을 뒷받침할 증세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도 재정개혁특위를 출범시켰지만 첫 종합부동산세 개혁안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며 동력을 잃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소득세·법인세·종합부동산세를 대폭 낮췄고, 윤석열 정부는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 예정치에서 60%로 내린 데 이어 세율 인하와 기본공제 확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시행했다.
박근혜 정부는 세입 부족 속에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소득세 개편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연말정산 파동이 발생했다. 감세와 증세라는 방향은 달랐지만 세 보수정부는 모두 집권 초기에 핵심 조치를 실행했다. 임기 1년이 지난 이재명 정부는 조세개혁의 장기 목표와 전체 체계의 개편 방향을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민생 지원과 양극화 완화를 위한 안정적인 세입 기반을 마련하려면 한시적 경기 호조를 넘어 지속 가능한 조세 구조를 둘러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